전세난 진정?…이제 초기 단계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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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지난 주 이후 강남권 등 주요 지역들의 전셋값 급등세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다. 방학 이사수요 등이 꺾이면서 전셋값이 빠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21일 국토부 기자실을 찾아 "봄 이사철 전세난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예년과 비교해 봄 이사철 전세난이 보름 먼저 시작해 보름 먼저 끝나는 상황"이라며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지만 이 또한 조만간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전세난 걱정을 좀 덜 수 있을까.

아닌 것 같다.

‘현재 전세난은 먹구름일 뿐 소나기 구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실효성 있는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이구동성으로 내린 결론의 하나다.

하지만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선 공감이 이뤄졌지만 아쉽게도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어쩌면 전세 대책이라는 게 당장 발등의 불을 끌 묘책은 원래 없는 것이어서 이날도 ‘한탄’만 터져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간담회는 참석 의원들이 털어놓은 대로 민생현안으로 떠오른 전세난의 대책을 당 차원에서 찾아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최근 민주당이 ‘상한제’를 들고 나온 데 대한 대응책 마련이기도 할 것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사회를 맡아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과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의 발표에 이어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선 일부 전세난을 언론에서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수도권 집값이 잠잠하자 언론의 관심이 전세로 쏠리면서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전세난은 올 들어 물가 상승과 맞물려 서민 가계를 불안하게 하는 사회적 문제다. 전셋값 급등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확 늘어나면서 가계살림이 쪼들리게 됐다.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경우 주거안정성이 흔들린다.

전세 문제는 주거 안정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대상은 서민 뿐 아니라 중산층의 문제이다.

전셋값은 지역에 따라선 집값 못지 않은 목돈이다. 특히 전셋값 문제가 심한 지역들이 강남권과 목동 등 중산층 주거 인기지역들이다. 전셋값 문제가 중산층을 흔드는 것이다. 그 여파가 그 아래층으로 번지게 된다.

때문에 날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전셋값은 사회적 이슈인 것이다.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 소장 등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전세난을 ‘경고’했다. 현재 전셋값 급등의 주요 원인은 금융위기 직후 급락한 전셋값이 다시 오른 ‘기저효과’와 월세 선호에 따른 전세 물량 감소로 모아졌다.

입주 감소와 이주 급증으로 전세수요 폭발할 듯

그런데 이 두가지 원인은 지금까지의 전세난 원인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미 전셋값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기저효과는 끝났다. 월세 증가는 금리 상승에 따라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공급부족이 전세난의 주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입주물량이 확 줄기 때문이다. 서울 기준으로 올해 3만8000여가구로 예상되는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이 내년엔 1만3000여가구로 3분의 1 가량 밖에 안 된다. 전국적으론 올해 19만여가구에서 내년 12만여가구로 감소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지금도 그렇지만 서울 전세난이 너무 불안하다. 여기다 서울에선 올해만 해도 수만가구로 추정되는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가 있다. 기존 주택은 그만큼 철거돼 줄기 때문에 이주수요는 전세난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전세난 대책은 그동안 주로 공급에 맞춰져 왔는데 이제 생각을 좀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루 아침에 공급을 확 늘릴 수 없다면 수요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 수요에 맞춰 마냥 공급을 늘리는 게 과연 올바를까 하는 문제도 있다. 나중엔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공급과잉이 될 수 있으니.

집값도 뛰면 공급을 늘리는 대책과 함께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을 찾듯이 전세에서도 이제 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

전셋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길 바닥으로 나 앉으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 전세시장에는 과잉수요가 있는 것 같다. 수요 거품이랄까. 이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금자리주택에 따른 전세 수요다.

집을 구입해 내집 마련을 할 만한데도 값싼 보금자리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기대 수요를 꺾을 필요가 있다. 보금자리 공급량을 줄이라는 게 아니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저축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보금자리주택 진입 기준을 바꿔 말 그대로 서민만 들어가게 하면 ‘돈 많은’ 보금자리 대기수요를 전세시장에서 뺄 수 있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소득 등의 제한은 그래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여기다 값싼 보금자리 주택의 크기 기준을 현행 전용 85㎡에서 60㎡ 이하로 낮추는 건 어떨까. 발코니 확장 등으로 전용 60㎡도 충분히 4인 가족이 거주하기에 충분하다. 전용 60~85㎡도 시장 가격에 준하게 공급한다면 보금자리 대기수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급대책 못지 않게 수요 억제책 필요

강남권의 경우 전용 85㎡의 분양가가 3억5000만~4억원 선이다. ‘무주택 서민’이 부담하기 부담스러운 돈이다.

서울에서 적당한 대출을 끼고 구입가능한 주택의 가격이 평균적으로 3억~3억5000만원 선이다. 강남 전용 85㎡ 보금자리는 무주택 서민보다 돈은 있지만 무주택 기간을 오래 끈 중산층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세 대기 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리는가. 주택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서만 꼭 구입하는 게 아니다.

‘자가’는 ‘차가’보다 주거 안정성이 높다. 뚜렷한 경계는 없지만 집을 살 만한 사람은 집을 사는 게 주택시장의 순환고리를 살리는 길인 것이다.

지금은 전세시장에 지나치게 수요가 쏠리면서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연결고리가 끊기면서 전체 주택시장이 동맥경화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전세 수요를 줄이는 다른 방법으로 집 살만한 사람이 집을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하는 다른 방안도 강구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집값을 띄우자는 게 아니고 주택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과잉전세수요가 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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