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슬람채권법, 경제 논리로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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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가 이슬람채권(수쿠크)을 둘러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놓고 진통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해외 자본 조달에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교단대표들은 어제 한나라당을 찾아가 낙선(落選)운동을 위협하며 “구미에 계신 분이 서울에 못 올라올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구미가 지역구인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목한 것이다.

 이슬람채권은 불로소득(不勞所得)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 교리에 따라 이자를 받지 못한다. 대신 부동산 임대료나 수수료를 받는다. 이런 실물거래 형식으로 인해 양도세·부가가치세 등이 매겨져 일반 해외채권보다 4% 정도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사실상 이슬람채권의 발행이 제도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여기에 물꼬를 트자는 게 법 개정의 취지다.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역차별 시정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이미 영국이 이슬람채권과 일반채권을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고, 일본도 이슬람 율법학자에게 자문을 구해 은행법을 개정했다.

 그런데도 온갖 음모론과 흠집내기가 난무하고 있다. 야권에선 “이슬람채권법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따른 야합(野合)”이라고 주장한다. 기독교 단체들은 “금융수입의 일부를 기부하는 ‘자카드’가 테러단체에 흘러 들어 갈 수 있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자카드는 기독교의 십일조 헌금(獻金)과 비슷한 개념이다. 또 테러 자금 차단은 이슬람채권이 아니라 국제감시망을 통해 단속해야 할 사안이다.

 종교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이슬람채권은 우리가 돈을 빌리는 것이지 대주는 게 아니다. 당연히 경제논리로 풀어야지, 종교나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오일머니의 유치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도 해외 자금조달 루트를 다양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슬람채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