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 10년 만에 13배로 … 영국·싱가포르는 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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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채권 ‘수쿠크’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이후다. 유가가 오르면서 오일달러의 힘이 커지자 서방 기업들까지 이 지역의 풍부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쿠크에 몰려들었다. 발행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 3억 달러에 불과하던 수쿠크 발행 물량은 지난해 390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올해는 45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란 게 금융업계의 전망이다.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평가다. 현재 세계 인구 중 이슬람 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하는 반면 전체 금융에서 이슬람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이기 때문이다.

 수쿠크 덕분에 새로운 ‘금융 허브’로 떠오른 곳도 있다. 말레이시아다. 현재 전 세계 수쿠크 발행 물량 중 78%를 발행하고 있고, 이슬람 국가 중앙은행들이 세운 국제기구인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Islamic Financial Services Board)도 유치했다. 올해에는 경기회복에 힘입어 중동 지역의 수쿠크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영국·싱가포르·아일랜드도 적극적으로 이슬람 금융을 끌어안고 있다. 영국은 2006년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영국을 이슬람 금융의 게이트웨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3년 이후 법률 개정을 통해 수쿠크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른 채권과의 과세 균형을 맞췄다. 싱가포르는 2006년, 아일랜드는 2009년에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일본도 지난해 8월 발표된 ‘2011년 세법 개정 제안서’에서 이슬람 채권을 ‘준채권’으로 보고 그 수익을 이자와 동일하게 면세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일본 국제협력은행은 샤리아위원회를 설치했고 도쿄 증권거래소도 ‘샤리아증권지수’를 개발했다. 2008년엔 은행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제한적으로 이슬람 금융을 허용했다.

 미국은 행정 해석을 통해 수쿠크의 조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재형 국제조세제도과장은 “미국은 과세 원칙상 형식보다 실질을 우선하기 때문에 행정 해석을 통해 세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 이라며 “미국 대표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2009년 10월 5억 달러의 수쿠크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수쿠크 발행을 못한다고 당장 한국 경제가 힘들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쿠크가 허용되면 항공사나 정유사 등 한국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다양해진다. 경쟁을 통해 더 유리한 조건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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