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잔액 8조7500억원 중 5조원 ‘부실 주의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6호 24면

지난 17일 문을 닫은 부산·대전상호저축은행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틀 만에 계열사인 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과 전남 목포의 보해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 됐다. 올 들어 영업정지 된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묶인 고객들의 예금은 10조원이 넘는다.

26개 대형 저축은행 PF 대출 긴급점검

고객 입장에선 예금의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적어도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 정부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지급을 보장하는 덕분이다. 하지만 거래하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면 몇 달 동안 돈을 찾지 못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일반 예금이 아닌 후순위예금·채권은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은행 이정걸 재테크팀장은 “1인당 5000만원 아래로 예금을 쪼개 놓는 것은 기본이고, 필요할 때 돈을 찾지 못하는 불편을 피하려면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기에 앞서 경영공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전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이나 9월 경영공시에서도 부실 징후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다. 일단 두 곳은 우량 저축은행의 기준으로 통하는 ‘88클럽’에 들지 못했다. 88클럽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서 부실채권(고정 이하 여신) 비율이 8% 미만’인 경우다. 당시 대전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을 모두 까먹은 상태였고, 부산저축은행은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경영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1월 23~24일자 24~25면>

부실 우려 PF 대출 1조2000억원 늘어
저축은행 경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PF 대출의 부실화다. 정부와 업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회복한다면 PF 대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PF 대출은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덩치가 큰 저축은행일수록 대체로 PF 대출 잔액도 많아 불안감이 크다.

중앙SUNDAY는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현황을 공개한 26개 대형 저축은행의 재무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 26개사의 PF 대출 잔액은 모두 합쳐 8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금액은 3조7000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5조500억원은 이미 부실화(고정 이하)됐거나 부실 가능성을 주의(요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6월 말에 비하면 PF 대출 잔액(8조9100억원)은 1600억원 줄었으나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금(3조8500억원)은 1조2000억원이나 불어났다.

PF 대출이 가장 많은 곳은 이번에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으로 나타났다. 두 곳의 PF 대출 잔액을 더하면 3조6000억원이나 됐다. 이 중 1조3000억원은 정상으로 분류됐지만 2조3000억원은 부실을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두 곳은 PF 대출 부실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나머지 24개사의 PF 대출 잔액은 5조1500억원이고 이 중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금은 2조7500억원이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PF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현재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에 비해선 1200억원 줄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우량 저축은행의 기준인 88클럽(BIS 비율 9.51%, 부실채권 비율 7.27%)에 들었다. 이 회사는 자산 규모가 5조3600억원으로 단일 저축은행 중에선 덩치가 가장 크다. 자회사(부산솔로몬·경기솔로몬·호남솔로몬)를 포함한 자산 규모는 7조7500억원에 달한다. 솔로몬 계열 4개사의 PF 대출 잔액은 총 1조2200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영업에서 경기솔로몬은 흑자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3개사는 적자였다.

한국저축은행 계열 4개사(진흥·경기·영남·한국)의 PF 대출(1조800억원)도 총 1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6월 말에 비해선 40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이 밖에 현대스위스와 자회사인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의 PF 대출은 모두 8500억원, 제일과 제일2저축은행의 PF 대출은 6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일 저축은행으로 업계 2위(자산 규모 4조4558억원)인 토마토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2989억원이었다. 지난해 6월 말(2954억원)에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159억원의 흑자를 냈다.
 
교원나라·대아·현대스위스, ‘88클럽’ 신고
저축은행 고객들의 최대 관심은 추가로 문을 닫는 곳이 나오느냐다. 저축은행의 경영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BIS 비율이다. 이 비율이 기준(5%)을 밑돌면 부실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금융위원회가 경영 개선 명령이나 요구 등 적기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재 BIS 비율이 5% 이상인 94개 저축은행에 대해선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다만 ‘과도한 예금 인출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만일 일부 저축은행이 6월 말 회계결산 결과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가 하반기 이후 다시 한번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영업정지 된 7개사에 속하지 않으면서 BIS 비율이 5%에 미달한 저축은행은 도민·우리·새누리·예쓰저축은행 등 네 곳이다. 도민저축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위에서 경영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받은 상태다. 예쓰저축은행은 정부 산하인 예금보험공사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문제가 없다. 외환위기 당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새누리저축은행은 현재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두 곳은 관련 법에 의해 2013년까지 적기 시정조치를 유예받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각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결산 실적을 늦어도 이달 말까지 공개할 의무가 있다. 18일 현재 38개사가 지난해 말 기준 경영 공시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이 중 35개사는 지난해 하반기 영업에서 흑자를 냈지만 제일2·진흥·한국 등 3개사는 적자였다. 다만 제일2·진흥은 영업외 수익을 포함해 순이익을 기록했다. 38개사 중 88클럽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은 모두 30개사였다. 교원나라·대아·현대스위스·현대스위스4저축은행의 4개사는 새롭게 88클럽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 BIS 비율이 6개월 전보다 높아진 곳은 17개사, 낮아진 곳은 21개사였다.

저축은행의 BIS 비율만 너무 믿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대형 거래처에 문제가 생기면 BIS 비율이 갑자기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에 문을 닫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BIS 비율이 지난해 6월 말 8.33%였으나 지난해 말 결산에선 5.13%로 낮아졌다. 게다가 자본금마저 전부 까먹은 상태여서 부실 금융기관 지정이 불가피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애널리스트는 “현재 경영지표가 어느 수준이냐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비해 좋아지는 추세인지, 나빠지는 추세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