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방개혁 전도사’가 비리에 연루됐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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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은 자기 주장이 강한 정통 경제관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국방차관 시절 국방예산 증가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알력을 빚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 정부 들어 조달청장·국방차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방위사업청장까지 맡게 되자 ‘실세 국방개혁 전도사’로 통했다.

 이런 그가 건설현장 식당(함바) 운영 비리와 관련해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구설에 오른 끝에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비리 진상은 검찰수사에 따라 밝혀지겠으나, 그가 사퇴한 것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누구인가. 누수(漏水)가 많은 국방예산을 바로잡고 전반적인 국방개혁에 속도를 내라고 군통수권자가 힘을 실어준 고위 경제관료다. 육군대장 출신인 이상희 장관과 갈등을 빚었을 때 결국 이 장관이 물러나게 됐던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함바 운영 비리’로 국방차관을 역임하고 9조원가량의 국방예산을 집행하는 방위사업청장이 낙마했다니 기가 막히는 것이다.

 장 청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의욕적으로 국방업무에 매진했다고 한다. 군 내외 국방 전문가들로 연구그룹을 만들어 이들의 조언에 수시로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신(修身)에 실패해 MB정부에는 치명적인 도덕적 타격을, 전후방 국군장병을 포함한 국민에겐 심리적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공직자가 부패한 사회에선 개인의 발전도, 조직의 번영도, 나라의 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의 안전보장을 담보할 각종 무기를 도입·생산하는 방위산업의 분야에선 부패의 그림자도 들어서게 해서는 안 된다.

 MB정부 들어 많은 고위 공직자의 부패행각과 도덕적 하자(瑕疵)가 드러나 국민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남은 임기 중에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모든 공직자가 심기일전을 해야 할 것이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의 하나로 제시한 게 율기(律己)다. 근검·청렴 등으로 자기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산의 경구(警句)가 공직사회에 퍼져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