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탐험가의 우리 땅 이야기…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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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그래서, 58년생 오지 탐험가 한비야는 젊다. 지난 6년간 전세계 65개국을 돌며 지구 세바퀴 반을 돌았던 한비야가 새롭게 택한 여행지는 한국.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통일 전망대까지의 49일간 도보여행기,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푸른숲, 7,900원)
가 나왔다.

우리 나이로 마흔을 훌쩍 넘어선 그녀이지만 그녀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는 풋풋한 젊음의 냄새가 난다. 서른 다섯에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택한 세계여행길. 그 나라를 배우고, 색다른 풍습을 익혔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을 만난 것이었단다.

그런 그녀가 우리나라를 새 여행지로 택한 것은 티베트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우연히 만난 미국인 여행자가 한국 사람을 만나자 반가워하며 그녀에게 '임실'이 어딘 지를 물었는데, 전세계 곳곳을 누비던 그녀이지만 막상 조국의 지명은 낯설었다고.

그래서 그녀는 "마라톤 선수가 전 구간을 다 뛰고 홈그라운드를 한 바퀴 도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종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규칙도 정했다. 세계여행을 할 때 비행기를 안 탔듯 우리나라를 돌아봄에는 차를 안 탄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10킬로 배낭을 짊어지고 800킬로미터 길을 49일간 걸어 내려간 여행담. 하지만 그녀는 무엇보다도 사람얘기라고 말한다. 한비야의 국토종단기에는 결혼도 안 한 큰애기 걱정에 절대 봉고차는 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할머니와 힘든 길 몰래 경운기를 태워주겠다고 몇 번씩 뒤를 돌아보던 할아버지가 있다. 이 책은 이렇듯 등산복에 배낭 짊어메고 걸어만 다니는 '수상쩍은 나그네'를 접하는 우리 이웃들의 얘기다.

한비야는 우리 국토를 종단하는 도보여행은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가는 것이지 "너무나 힘들어서 가끔씩 나무 밑에서 '구구단을 외자'며 기를 쓰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국토종단 도보여행기 하나 없는 실정.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우리나라를 살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번 여행의 여행기록, 지출내역, 도보 여행 준비물, 베스트 코스 등도 소개해놨다.

Cyber 중앙 손창원 기자 <pen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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