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내년 북한지원 예산 전액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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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총 3조7290억 달러 규모의 2012 회계연도(2011년 10월 1일~2012년 9월 30일)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오바마는 “미래의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21세기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특히 21세기 인프라 구축 사례로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사례로 언급했다. 그러나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나라를 파산에 이르게 할 계획”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심의 과정에서 격돌을 예고했다.

◆“한·미 FTA로 우리가 우대받아”=예산안과 함께 의회에 제출한 설명 자료에서 오바마는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충을 강조하며 “미국 가정의 초고속 인터넷, 브로드밴드 가입률은 고작 63%에 그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9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 한·미 FTA와 관련, “우리는 경제규모 세계 12위의 한국과 새로운 무역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중요한 시장의 개방을 이뤄냈다”며 “다른 나라가 우리에 앞서 한국에서 우대를 받는 일을 막게 됐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7만 개 이상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높은 수준에서 보호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북 예산 배정 안 해=매년 포함됐던 국무부의 북한지원 예산이 2012년도 예산안엔 전액 삭감됐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RFA는 “국무부 경제지원기금(ESF) 항목에서 대북지원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북지원 예산은 그동안 매년 250만~350만 달러 규모에서 주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사용돼 왔다”고 전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의 삭감 분위기 탓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민주화를 계속 지원할 의사가 있고, ESF 대신 긴급구호기금 등을 활용해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9·11 이후 첫 국방예산 감축=2012년도 예산안은 전년 대비 3.4% 축소된 규모다. 특히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병력 철수에 따른 전쟁수행 비용 절감으로 전체 국방예산이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6740억 달러를 썼던 국방부는 올해 6560억 달러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던 ‘중거리 미사일 방공망’ 사업도 중단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항목의 예산과 에너지·바이오 의료 분야 연구 예산은 줄이지 않았다. 오바마는 “미국의 미래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방어막 친 공화당=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과도한 지출과 지나친 세금, 막대한 차입으로 인해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예산안은 미래를 일구는 게 아니라 미래를 허비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폴 라이언(공화) 하원 예산위원장은 4년 연속 1조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전제로 했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 예산안은 파산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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