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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시내버스 자취 감춰 … 전주 시민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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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민노총 조합원들이 14일 전주시 반월동 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차고지를 봉쇄하면서 이날 오전 전주지역 시내버스들의 운행이 올 스톱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수은주가 영하 7도 까지 내려간 14일 아침. 전주지역에서는 시내버스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출근길 직장인과 등교길 학생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강추위에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대학생 김민영(25)씨는 “가뜩이나 추운 날씨 속에 평소 20~30분마다 다니던 버스를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으려니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두 달째 계속되는 노·사 다툼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 같은 고통을 당하고만 있어야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불편은 전주시내뿐 아니라 완주군 구이·봉동·이서 지역의 주민들도 겪고 있다. 하루 300~400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완주군 이서면의 경우 이날 전세버스 한 대만 투입됐다. 이 버스는 이서면 소재지부터 전주대 입구만 운행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면사무소 소재지까지 걸어 나오고, 또 전주대 앞에서 버스를 갈아 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전주 시내버스 파업이 두 달을 넘긴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4일 새벽 기습적으로 버스 운행을 봉쇄해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조합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4시30분부터 임시 차고지로 쓰는 전주시 반월동 월드컵경기장의 출입구를 막고, 버스 키를 보관 중인 컨테이너 박스를 점거했다. 시내버스는 가장 먼저 시동을 건 차량 한 대만 빠져 나와 운행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전주시내에는 대체 투입된 전세버스 등 75대만 다녔다. 시내버스는 오후 들어 경찰의 도움으로 10여대씩 차고지를 빠져 나와 운행을 시작했다.

 전주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전체 직원이 버스 승강장과 아파트 단지 등에 나가 시내버스 파행 운영 관련 홍보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한 시민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장시간 떨어야 했다. 지각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속출했다. 전주시청에는 “추위 속에서 수시간 동안 떨고 있다. 왜 전세버스도 안 다니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두 달 넘게 이게 무슨 짓이냐. 없는 시민들은 죽으란 말이냐” 같은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김연탁 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국장은 “파업 버스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합법적 노동쟁의를 막는 불법행위이며, 앞으로 전세버스 운행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필수 전주시 교통과장은 “발이 묶인 시내버스를 하루빨리 정상 운행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한편 노·사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시내버스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파업 중이다. 한국노총을 탈퇴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조원들이 해고·징계 등 탄압 중지와 밀린 임금 지급,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사측은 “복수 노조가 주도하는 불법 파업”이라며 노조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지역에서는 시내버스 382대 중 177대와 전세버스 120여대가 운행돼 왔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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