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27년 전 음주사고 참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그동안 끊임없이 참회했고 지금도 사회에 봉사한다는 각오로 살고 있습니다.”

 조석준(56) 신임 기상청장은 11일 27년 전 음주 상태에서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지자 이렇게 뉘우치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일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일로써 성과를 내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청장은 직장 초년병 시절인 1984년 6월 자정 무렵 술을 마신 뒤 서울 여의도에서 강서구 화곡동 자택으로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냈다. 당시 술에 취했던 그는 뭔가에 부딪혔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귀가했고 피해자는 사망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그의 자동차 검사필증이 발견돼 조 청장은 경찰에 체포됐다. 조 청장은 피해자 가족과 합의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조 청장은 500만원(당시 그의 월급 30만원의 17배가량)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는 “밤 늦게까지 정신 없이 일하던 젊은 기자 시절에 저지른 실수였지만 너무 죄스러운 마음에 석 달 뒤 방송을 그만뒀다”며 “3년 뒤 KBS에서 불러 계약직 기상 캐스터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이미경·정동영·홍영표 의원과 민노당 홍희덕 의원 등 국회 야당 의원들은 “조 청장은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며 “청와대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던 경력자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는 도덕 불감증을 다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아무리 지난 일이고 뉘우쳤다고는 하지만 음주 뺑소니로 사람을 죽게 한 사람이 공무원 수장 자리에 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청와대는 오래전에 참회한 만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검증 과정에서) 알고 있었고 본인 소명도 받았다”고 말했다.

강찬수·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