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실험실 '위험천만'

중앙일보

입력

국내 대학들이 실험실에 고압가스통을 그대로 방치하는가 하면 독성물질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 등 사고 무방비 상태에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 9월 서울대 실험실 폭발로 대학원생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교수 등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 전국 36개 국립대 196개 실험실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 점검을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점검 결과 금오공대, 익산대, 공주문화대 등에서는 중앙공급실을 설치, 배관을 통해 각 실험실에 가스를 공급해야 함에도 액화석유(LP)
가스통 등 고압가스통을 실험실에 비치한 채 사용했으며 더욱이 일부 대학은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고정장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세틸렌 용접기는 가스통에 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역화방지기를 붙여야 하지만 충남대, 충주산업대 등은 이를 부착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었다.

또 서울대와 제주대, 공주대, 한경대 등 대부분 대학이 유기용매 등 독성물질을 별도 저장시설에 보관해야 하는데도 실험대나 선반 위에 그대로 뒀고 충남대,충북대,한국교원대 등 상당수 대학은 저온보관이 필요한 가연성 물질을 방폭형 또는 실험실용 안전 냉장고가 아닌 일반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험폐액 처리용 수거통이 없는 대학도 많았고 충남대 강릉대 등에는 환기통 팬이나 후드 등이, 금오공대에는 방화셔터가 작동되지 않는 `원시적'인 실험실도 있었다.

특히 점검 대상 모든 실험실의 출입문이 목조로 돼 있어 오히려 화재 발생시 불을 더욱 번지게 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실험실이 좁다는 이유로 실험기구를 복도에 내놔 대피할 수 있는 통로까지 막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일부 대학 실험실에서는 취사도구까지 나왔으며 또 메인회로 용량보다 분기회로 용량이 많아 과부하시 화재 위험이 있는 실험실도 발견됐고 소화기 상태가 불량하거나 경보시설 관리상태가 미흡한 실험실도 15∼20개에 달했다.

이밖에 보건관리는 더 엉망이어서 학생실험.실습용 개인보호장비인 가운과 보호안경 등이 충분치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관장하는 담당부서나 관리자가 없는 것은 물론 체계적인 안전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이 전기시설 등은 대체로 잘 관리하고 있었으나 가연성.독성 시설면에서 20여곳, 위험물 관리 측면에서 15곳, 연소확대 방지시설 면에서 50여곳의 실험실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지적사항을 시정하고 실험실습 안전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에 예산을 최우선 배정토록 지시하는 한편 전문가에 의뢰, `실험실습실 안전관리'의 표준화를 추진키로 했다.
[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