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분석' 속속 도입 …기업대출, 실적 등 체계적으로 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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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담보만 믿고 돈을 빌려줬다 크게 떼인 은행들이 최근 개인대출에 이어 기업대출에도 '신용분석 시스템' 을 속속 도입하고있다.

신용분석 시스템이란 해당기업이 돈을 빌려줄 만한 기업인지, 빌려준다면 얼마를 어느 정도 금리에 빌려줄 것인지 즉석에서 따져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틀. 기업의 현재 재무상황은 물론 산업 내에서의 경쟁력, 미래의 현금흐름 등 다양한 지표들이 종합 분석된다.

은행들은 올해 연말까지 기존 거래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래 상환능력을 감안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 도 도입해야 해 이래저래 은행들의 기업 신용평가 기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 현황〓신한.하나 등이 올해 4~5월께 기업 신용분석 시스템의 첫선을 보인데 이어 주택은행이 지난 15일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갔다.

또 국민.한빛.조흥 등 선발은행들도 현재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있어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보스턴컨설팅(BCG)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대출신청 기업의 ▶과거 5년간의 재무추세 분석▶산업별 대표기업과 비교한 경쟁력 수준▶향후 5년간의 재무제표 추정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개별 영업점의 심사역은 대출신청이 들어올 경우 이 시스템에 따라 기업의 '신용 성적표' 를 뽑아본 뒤 즉석에서 대출가능 여부와 한도및 금리를 통보해줄 수 있게됐다.

다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비재무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심사역의 주관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는 가미된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맥킨지의 자문하에 15일부터 '신기업 여신 시스템' 을 가동한 주택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재무적 요소외에 비재무적 요소까지 정량 분석을 시도했다.

예컨대 경영자의 역량이나 상품의 인지도 등 비재무적 부분에 대해서도 점수를 매겨 대출심사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 도입효과〓과거 기업대출은 지나치게 담보위주로 운용되고, 영업점 심사역 개인 판단에 의존하다 보니 부실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던 형편. 국내은행들이 IMF사태로 부실채권이 대량 발생하고 나서야 막대한 예산을 투입, 신용분석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때늦은 감이 있다.

어찌됐든 신용분석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기업 입장에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신용평가를 받게됐으며 대출가능 여부를 거의 즉석에서 알게돼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잇점이 생겼다.

또 은행으로서도 대출 부실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만약의 경우 져야할 책임을 심사역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부실책임을 우려한 신용경색을 막을 수 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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