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하체 훈련엔 등산이 최고 … 퍼팅 연습은 동전 3개로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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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아마고수인 김광철(왼쪽)씨와 김정란씨가 올 시즌도 멋진 플레이를 펼치자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두 고수는 “겨울철에는 하루 1시간~1시30분씩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승진 기자]

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은 재충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프로 골퍼들은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샷을 갈고닦는다. 겨울훈련에서 흘린 땀방울의 양과 성적이 비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고수들은 겨울철을 어떻게 보낼까. 아마추어 남녀 고수로 꼽히는 김광철(49)·김정란(51)씨를 만나 겨울철 훈련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기술보다는 체력이 우선

아마추어 고수들은 기술보다 체력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AIA생명배 제2회 동호회 챔피언십에서 4오버파 76타로 2위에 올랐던 김광철씨는 겨울 동안 특히 하체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수영과 등산을 통해 하체를 집중적으로 단련한다.

김광철씨는 “아마 고수들은 시즌이 되면 일주일에 평균 2~3회 라운드를 한다. 겨울철에 체력훈련을 하지 않으면 1년 내내 실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시즌 중에 지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겨울철에는 라운드와 샷 연습을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 고수인 김정란씨 역시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옷을 많이 입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연습하면 오히려 스윙이 나빠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또 겨울철에 무리하게 연습하다 보면 팔꿈치나 허리에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래서 겨울철엔 하체훈련에 주력하는 편이다. 김씨는 “틈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하체훈련엔 등산이 최고”라고 말했다. 샷 연습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다. “겨울철엔 1시간~1시간3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체력훈련을 강조하면서도 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연습이 있다. 바로 퍼팅 연습이다. 김광철씨는 “고수 단계에 접어들면 샷은 거의 비슷하다. 승부는 퍼팅에서 갈린다. 매일 200~300차례 퍼팅 스트로크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김정란씨 역시 “퍼팅은 매일 연습해야 감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실내에서 동전치기 연습을 하면 퍼팅 스트로크가 크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마루 바닥에 500원이나 100원짜리 동전 3개를 올려놓고 퍼터로 동전을 하나씩 치는 연습을 하면 퍼팅 스트로크의 일관성과 방향성 향상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골프장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장기간 해외로 떠나는 것보다는 샷 점검과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시즌을 앞두고 일주일 정도 다녀오는 게 좋다고 아마추어 고수들은 조언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광철씨의 베스트 스코어는 양평 TPC골프장에서 기록한 4언더파 68타. 공식 핸디캡은 5다.

구력 20년을 자랑하는 김씨는 “골프는 성적보다도 즐겁게 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KLPGA 시니어 투어에 출전하고 있는 김정란씨는 지난해 10차 대회에서 2라운드 합계 9오버파로 아마추어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8차례나 우승했다. 김씨의 공식 핸디캡은 3이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220m나 된다.

자신의 플레이를 냉정하게 분석하라

아마추어 고수들에게 겨울철은 지난 시즌의 시행착오를 차분하게 분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해의 경험에 비추어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교정 방법과 훈련 계획 등을 수립하는 것이 싱글 핸디캡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무조건 잘 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구체적으로 몇 야드 어프로치 샷이 취약한지, 어떤 상황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지, 가장 자신 없는 샷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광철씨는 “보기 플레이어들은 열 번 가운데 가장 잘 친 샷만 기억한다. 하지만 고수들은 확률을 중시하는 플레이를 하는 덕분에 싱글 스코어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최소한 자신에게 맞는 레슨 비디오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겨울철 비디오 레슨을 통해 기본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골프 실력 유지 및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고수들에게 겨울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다. 스윙의 원리나 기본은 물론 골프 규칙과 클럽의 기능 등에 관한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골프 이론을 다진다.

김정란씨는 “초보자들은 자신의 스윙 스피드에 맞는 샤프트가 뭔지도 모른다. 무조건 남들이 좋다는 클럽을 사용한다. 골프는 과학이다. 클럽의 원리와 성능 등을 파악해야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무기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 고수들의 경우 대회 출전도 많은 만큼 골프 규칙 공부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도 기초적인 룰을 모르면 고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클럽 점검도 필요하다. 1년에 100회 이상 라운드하는 아마추어 고수도 적지 않다. 이들은 겨울엔 라이각이나 로프트 등을 체크하면서 골프 클럽을 정밀하게 체크한다. 골프용품업체 PRGR의 피팅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준 팀장은 ‘프로들의 경우 3개월마다 클럽을 체크한다. 아마추어들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클럽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 사진=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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