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5] 굿샷이 뭐기에…오직 스코어에 목숨 걸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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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일러스트=강일구]


프로골퍼들은 항상 멋진 굿 샷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정작 프로들에게 다가가 오늘 라운드를 하면서 멋진 굿 샷, 마음에 드는 샷은 몇 개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아무리 많아도 다섯 번 정도가 아닐까.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연습량에 비례할 것이고, 더 크게 보자면 골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총량에 비례할 것이다.

마음골프학교에 필드 레슨을 받으러 온 사람들과 라운드하면서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굿 샷에 대한 기대 수준이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평균 100타 정도 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스코어를 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곳에 공이 떨어졌는데도 좌절하거나 실망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보기플레이 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데도 자학하면서 자신의 기분을 스스로 망치려고 애쓴다. ‘어제의 그 샷’이 아니라는 둥, ‘연습장에서의 그 샷’이 아니라는 둥 불평과 자책을 해대면서 골프를 짐스럽게 만든다.

골프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어떤 연습이 실전에 바로 적용되나. 세상의 어떤 게임이 어제 잘 되었다고 오늘도 잘 되나. 우린 그저 무상한 변화 속에 있을 뿐이고, 연습이든 실전 경험의 축적이든 조금이나마 편차를 줄이기 위한 미미한 노력일 뿐이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골프가 ‘굿~샷 대회’도 아니고 ‘멋진 폼 뽐내기 대회’도 아닐진대, 오로지 골프라는 게임이 요구하는 본질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하면 될 일이다. 골프는 스코어링 게임이다. 스코어 잘 내는 사람이 왕이다. 기어가도, 굴러가도 스코어만 잘 내면 된다. 골프가 멘털 게임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오로지 스코어’ 그 한 생각에 몰입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멘털 컨트롤의 관건이자 핵심이다. 그래서 마음골프학교에서는 그런 집중을 돕느라 ‘유효샷’이라는 개념을 가르친다. 이를테면 굿 샷은 아니지만 ‘내 평균 스코어를 내는 데 지장이 없는 샷!’ 그게 바로 유효샷이다. 골프는 ‘굿 샷’으로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유효샷’으로 즐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수업할 때마다 가르친다.

단지 관점 하나를 바꾼 것뿐인데 골프가 재미있어지고, 연습도 즐거워진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가 직접 임상 실험을 한 결과이자 증언이다. 믿어도 된다. 샷의 결과에 대한 기대수준을 굿 샷이 아니라 유효샷에 두면서 라운드를 하면 굿 샷의 비율이 더 올라간다. 비단 골프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멋진 한 건, 강력한 한 방이 우리의 삶을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잘 챙기고, 사소한 사건들을 꾸준함으로 견뎌내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비결이다. 게다가 굿 샷 몇 번 더 날렸다고 그날의 스코어가 좋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미스 샷을 줄이는 쪽에 마음을 두는 것이 스코어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 말을 항상 기억하면서 생활의 지침으로 간직해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폼, 멋진 샷, 최고의 스코어를 동시에 추구하고 싶다면 ‘생업’이나 ‘가정’, 그중 하나는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 정도는 해야 프로골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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