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못 다한 사랑' 12월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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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공연의 '꾼'들이 의기투합해 한국창작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연다.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공연은 '못 다한 사랑'(작시 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주석 서거50주기 특별공연 준비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단체와 서울방송이 공동주최하는 이 뮤지컬은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준비위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와 무대는 물론 극작과 작곡 등에서 일대 혁신을 꾀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선진기법을 도입하되 한국적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연으로 국내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보겠다는 것이다.

'못 다한 사랑'은 백범 김구의 일생을 다룬 작품. 기존의 창작 뮤지컬이 위인을 다루는 전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번 뮤지컬은 정치학계의 토론.고증을 거쳐 역동적 해방공간에서 수많은 갈등과 선택을 해야 했던 정치가 김구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테면 '정치 연극'이자 '정치 뮤지컬'인 셈이다.

공연을 준비중인 인물의 면면을 보면 `일판을 한번 크게 벌여보겠다'는 이 단체의 호언이 결코 허장성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음악극에 정통한 문호근 예술의전당 총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가운데 연출가 박인배 씨와 드라마트루기 서상규 씨, 민중가요 작곡가 류형선 씨, 노래판 연출가 김영만 씨가 합류했다.

이들은 노래판굿의 성과와 뮤지컬의 특성을 결합해 뮤지컬의 새 전형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로 굳게 뭉쳤다. 긴 서사적 이야기를 하나의 관점에서 엮어내면서도 크고 작은 재미와 속도감있는 장면전환으로 해방공간의 정치인 김구가 주는 감동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뮤지컬의 음악이다. 민중가요의 대곡을 작곡해온 류형선 씨는 민요와 대중가요, 독립군가, 가곡, 트롯트 등 숱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이를 하나의 테마로 묶어낸다. 그는 뮤지컬 음악을 관객이 가슴으로 따라부르며 즐기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못 다한 사랑'의 또다른 특징은 각설이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는 11대 품바 이가경 씨와 15대 품바 박철민 씨가 출연해 무대를 한바탕 휘저어놓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빠른 장면전환으로 김구가 살았던 격동기의 숨가뿐 시대상을 생생히 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영상이 수시로 등장하며 배우들의 집단무도 동원해 역동성을 살린다. 또 다양한 특수효과가 시도돼 입체적 공간감을 느끼도록 할 계획이다.

등장배우도 쟁쟁한 인물들로 구성돼 작품성을 한껏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바위섬', '직녀에게'의 가수 김원중이 김구로 출연하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배우 김명희 씨, '휘가로의 결혼'의 남자주인공 유승은 씨, 유명안무가 정성화 씨 등 60여명이 등장한다. 즉 춤과 노래, 연기의 3박자를 두루 갖추게 되는 것이다.

준비위원회는 서울공연에 이어 내년에는 전주, 광주, 부산, 대구 등 지방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내친김에 중국, 일본, 미국 등지로 건너가 교포와 외국인들에게 한국뮤지컬의 정수를 선보이는 한편 평양공연도 추진할 생각이다. 문의 ☎(02) 720-9272-3. [서울=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