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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식품 인체·환경에 영향은] 유해여부 아직 명확한 결론 못내려

중앙일보

입력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을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유해성이나 안전성 둘 중 하나만 보장되면 해결된다.

그러나 유해를 주장하는 쪽이나 안전을 외치는 쪽이나 어느 쪽도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영국 로웨트연구소 아라파트 푸츠타이 박사는 "유전자가 변형된 토마토로 사육한 쥐에서 장기가 손상되고 면역체제가 약해지는 현상이 있었다" 고 발표했다. 5마리 쥐에 각각 10일, 1백10일간 유전자 변형 토마토를 먹인 결과 성장이 중지되고 질병에 쉽게 걸리더라는 것.

이에 유럽 13개국의 과학자 22명은 "유전자 변형 식품이 안전하다는 완전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판매를 중지하라" 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지만 정작 실험에 사용한 토마토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것이어서 과대 해석에 대한 학자들의 반발도 있었다.

미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 5월 미국 몬산토사.파이어니어사.노바티스사 등에서 개발한 유전자변형 옥수수의 잎이 나비 애벌레를 죽인다는 코넬대 연구팀의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옥수수의 잎을 나비 유충에 먹인 결과 먹는 양이 줄어들고 성장이 더디며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그린피스가 유전자 변형 작물 전면 생산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개발사는 연구가 실험실 내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 농산물품질통계소 후브 노트본 박사는 컴퓨터로 시뮬레이션된 인공 소화기관을 이용한 실험 결과 변형된 유전자(DNA)가 대장 속에 6분이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일반 DNA에 내성 성질을 전이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종전까지 DNA는 소화과정에서 신속히 파괴되므로 우려할 염려가 없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국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산파역을 맡고 있는 농진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 황영수(黃永秀)박사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개발효과로 ▶다수확 품종의 개발로 식량자급률 향상▶농약 살포량 감소로 친환경농업 실현▶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부응하는 고부가가치 작물 개발 등을 꼽고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위해 여부 판단은 과학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고려대 생명공학원 이철호 교수도 "사람에 따라 복숭아를 먹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며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음식물 중에도 '완전식품' 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허다하다" 고 지적했다.

소비자.환경단체는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검토한 뒤 식품으로서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전자 변형 식품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살충제와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유전자 변형 작물이 장기적으로 벌레나 잡초에도 내성을 강하게 만들어 '더 강한 살충.제초제' 를 찾게 되는 악순환이 빚어질까 걱정한다.

또 비록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수정과정에서 변형된 유전자가 다른 동.식물에 옮겨질 수도 있어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없다.

유지상.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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