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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10년 묵혔더니 강남 아파트보다 낫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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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종잣돈 2000만원을 10년간 묻었더니 1억8600만원으로 돌아왔다. 2001년 2월 등장해 한국 펀드시장을 이끌었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 주식형 1호 펀드’ 투자자의 실제 사례다.

국내 최초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인디펜던스1호가 오는 14일로 탄생 10년을 맞는다. 개방형 뮤추얼펀드란 만기가 없고, 언제든지 추가 설정과 환매가 가능한 펀드를 뜻한다. 쉽게 말해 적립식 펀드의 원조 격이다. 2001년 관련법이 개정되고, 인디펜던스1호가 선보인 뒤에야 본격 등장한 것이 개방형 뮤추얼펀드다. 지금은 일반에 판매되는 주식형펀드 대부분이 개방형이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인디펜던스1호가 2001년 2월14일 설정 이후 약 10년간 거둔 수익률은 8일 기준으로 831.72%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242.76%)은 물론 웬만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복리로 계산하면 매년 57.4%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안겨준 셈이다.

 10년 전 이 펀드에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고객도 51명에 이른다. 2001년 2월14일 2000만원을 투자한 A씨의 계좌 잔고는 현재 1억8634만원을 기록해 원금의 8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제로인 신건국 연구원은 “시장 주도업종과 주도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10년간 유지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우량펀드에 장기투자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재테크의 정석’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실 펀드가 보통 사람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등장한 것은 인디펜던스1호가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 전까지 펀드는 ‘폐쇄형’으로 운용되다 보니 만기 전에 환매를 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았다. 또 펀드 가입 기간이 운용 개시 전 1~2주 등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일반인들이 투자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방형 펀드의 등장으로 펀드에 돈을 넣고 빼는 것이 자유로워졌다. 이는 적립식펀드 열풍으로 이어졌다.

 인디펜던스1호는 지금의 미래에셋을 만든 펀드이기도 하다. 2001년 2월에는 수탁액이 16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탁액이 1조원을 넘나드는 초대형 펀드로 성장하면서 미래에셋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 펀드는 2005년 7월 국내 최초로 세계적 펀드평가사인 미국의 ‘리퍼’사로부터 최상등급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빛이 강렬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인디펜던스1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펀드런’으로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2008년 3월 1조9000억원이 넘던 수탁액은 현재 80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나쁜 상품을 숨기고 좋은 상품만 부각시키려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전략은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름은 같지만 설정일이 다른 인디펜던스 2호(설정일 2005년1월17일)·3호(2005년12월12일)·4호(2007년9월18일)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202.64%, 81.72%, 19.05%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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