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다던 이재명 성남시장 … 6000만원짜리 새 차 뽑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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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했던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해 12월 6000여만원을 들여 이재명(48·사진) 시장의 관용차량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성남시에 따르면 새로 구입한 시장 관용차량은 배기량 3200㏄급 체어맨W(CW600)다. 쌍용자동차가 생산하는 체어맨 시리즈 중 상위 차종이다. 성남시는 전임 시장 때 산 체어맨 관용차량이 구입한 지 5년(내구 연한)이 넘었다는 이유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지난해 8월 긴축재정을 통한 예산절감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 관용차량 구입을 미루는 등 초긴축재정으로 1207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불과 4개월 만에 공염불이 됐다. 이 시장은 체어맨 외에도 취임한 뒤부터 카니발 승합차를 관용차로 사용해왔다. 카니발 승합차는 350만원짜리 전동시트와 인터넷, 팩스 등을 설치해 움직이는 사무실로 개조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재정이 어렵다고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 이 시장이 관용차를 꾸미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쓴 것은 이중적인 언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형조 성남시 회계과장은 “전임 시장이 5년간 탔던 관용차의 주행거리가 16만㎞에 이르고 고장이 잦아져 교체한 것”이라며 “전임 시장 시절인 지난해 1월에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오성수 전 시장(2006년 사망)과 김병량 전 시장, 이대엽 전 시장까지 직선 단체장들이 모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이대엽 전 시장은 재임기간 동안 각종 관급공사와 인사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12월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시장과 그의 조카 등 친인척들이 2002년 7월부터 8년간 받은 뇌물은 15억여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 시장은 전임 시장이 무리한 사업에 끌어다 쓴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5400억원을 당장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 선언을 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 시장은 시의회 등 관계 기관과 상의하지 않고 이런 결정을 내려 한나라당과 일부 시민으로부터 “시의 재정 문제를 정치적인 사안으로 확산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성남=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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