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이마 맞대고 같이 만드는 행복, 커플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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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디자인부터 마무리까지 손수 만든 커플링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 뿐’이라는 의미가 각별하다.

짝이 있어 행복한 날이 있다. 밸런타인데이다. 본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 반대한 성자 밸런타인이 처형된 날 (서기 270년 2월 14일)을 기념한 날. 하지만 요즘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이벤트 데이’가 됐다. 밸런타인데이에 연인과 함께 나눌 커플링을 직접 만들어 보자. ‘커플링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방·보석점을 이용하면 된다. 디자인부터 마무리까지 내 손길이 닿으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반지’가 만들어진다. 함께 만들며 보내는 시간 자체도 추억이 된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협찬: 소노팩토리·자비시 주얼리(반지)·더플레이스(매트)

초보에겐 은반지가 적당

직접 만드는 커플링으로는 은반지를 추천한다. 초보의 기술로 금으로 반지를 만들다간 버리는 재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은반지는 ‘가장 로맨틱한 소재’라는 나름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매일 끼지 않고 방치하면 금세 변색이 되는 탓이다.

반지 만들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디자인을 정하고, 납작한 은판을 기다란 네모 모양으로 잘라내고, 무늬(이니셜)를 새기고, 동그랗게 반지 모양으로 붙이고, 표면을 다듬으면 끝이다. 각 과정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초보자는 6~7시간 정도 걸린다. 공구 다루는 데 익숙지 않으면 은판 하나를 자르는 데만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손놀림에 영 자신이 없을 땐 ‘속성 프로그램’을 택해도 좋다. 중간 과정들을 매장에 맡기는 것이다. 디자인을 정한 뒤 매장에서 준비한 은판에 모양을 내고, 마지막에 광택을 내는 작업에만 참여한다. 이 경우 2~3시간 정도 걸린다. 비용은 참여 정도에 따라 7만~30만원 선이다. 은반지에 다이아몬드 등을 박거나 디자인이 복잡해질 땐 비용이 추가된다.

1 세개의 가는 고리를 연결해 만든 커플링. 2 남자 반지는 볼록하게, 여자 반지는 구멍을 만들어 서로 끼워 붙일 수 있게 만든 ‘결합형 커플링’. 3 표면을 거칠게 만든 빈티지 스타일 커플링. 은반지에 도금을 했다.

‘우리만의 이야기’ 담긴 게 매력

직접 만든 커플링은 파는 것보다 예쁘진 않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디자인’이다. 곽아람(24·회사원)씨는 결혼 예물로 커플링을 손수 만들었다. 십자가 모양으로 홈을 파고 깨알 같은 루비를 박는 독특한 반지를 만들었다. 곽씨는 “비싼 것보단 남들과 다른 반지를 갖고 싶었다”며 “시중에선 살 수 없는 디자인이라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자비시 주얼리’ 정윤서 실장은 “보석의 위치, 무늬 하나 하나가 커플들에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수작업 커플링은 커플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원하는 디자인이 있다면 미리 스케치를 해가는 게 좋다. 최소한 ‘별을 넣고 싶다’ 정도쯤은 미리 생각해두자. 너무 복잡한 디자인보다는 ‘실현 가능한’ 범위의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속성 프로그램’이라면 디자인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소노팩토리 소준희 대표는 “젊고 갓 사귄 커플일수록 이것저것 다 집어넣으려고 한다”면서 “무늬가 복잡하면 만들기 쉽지 않고, 장식이 많지 않은 스타일이 오래 껴도 질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직접 만드는 시간 자체가 ‘이벤트’

커플링을 만드는 건 ‘행복한 노동’이다. 대부분 처음 잡아보는 톱·줄을 들고 낑낑대지만 동그란 반지 모양이 나오기 시작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소 대표는 “상대방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온 이들도 만들다 보면 작업에 빠져들고 성취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반지를 만드는 순간 자체가 특별한 추억거리가 되기도 하다. 때로는 반지를 만들면서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커플링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 제작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준다. 3년 전부터 매년 커플링을 만든 직장인 최호정(32)씨는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매년 달라지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커플링 만들 수 있는 곳은

소노팩토리 금속공예·보석디자인을 전공한 부부가 카페와 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곳. 은판 자르기부터 광택 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할 수 있다. 주말에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 두 커플만 예약을 받는다. 6시간 이상을 한 번에 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선 2~3회씩 시간을 나눠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작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재료비 포함 30만원. 서울 동교동 204-54. 02-337-3738.

자비시 주얼리 금속 디자이너 6~7명을 둔 전문 주얼리 매장이다. 하루 여섯 커플씩 주말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칙적으로 주말에만 가능하지만 평일 참여 신청을 받기도 한다. 샘플 반지가 있어 디자인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료 포함 7만~14만원. 서울 청담동 17-20. 02-555-8049.

주얼리 수 카페(cafe.naver.com/jewelry soo)에 글을 올리면 사연을 보고 매주 수요일마다 대상자를 정해 커플링 제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커플링 제작은 이니셜을 새기고 다듬는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간단하다. 재료 포함 5만~10만원. 서울 청담동 40-29. 1577-6547.

이렇게 만들어요

① 디자인 결정

미리 생각해 온 디자인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정한다.

오래 껴야 할 커플링은 현대적이면서 단순한 게 좋다.

② 톱질

디자인에 맞춰 은판을 자른다.

열을 가해 은을 손가락으로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만든 후 반지 모양으로 구부린다.

③ 이니셜 새기기

균일한 깊이로 새기는 게 중요하다.

한 명이 잡아줘야 하므로 커플의 협업은 필수.

④ 땜질

반지에 쓰인 은(순은 함량 92.5%)보다 녹는 점이 낮은 은(80%)을 녹여 양쪽 끝을 연결해준다.

타원형인 반지를 손가락 굵기의 봉에 넣고 나무망치로 두드려 동그란 반지 형태를 만든다.

⑤ 연마

땜질한 부분을 사포 등으로 다듬는다.

30분쯤 걸린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공을 들여야 한다.

⑥ 마무리

취향에 따라 무광으로 그냥 둘 수도, 반짝반짝 광을 낼 수도 있다.

모서리에만 광을 내는 디자인도 가능하다.

⑦ 기념촬영

둘이 완성된 커플링을 끼고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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