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왕회장에게 배웠다 … 월화수목금금일 … 정몽구 회장 ‘토요 경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휴일에 일하는 최고경영자(CEO)는 적지 않다. 그런데 토요일마다 한 주도 빠짐없이 출근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더욱이 대기업 오너가, 그것도 민족 명절 연휴에 끼인 토요일까지 회사에 나왔다면….

 설 연휴가 이어진 5일(토요일) 오전 6시 남짓. 한산한 거리와 달리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는 검은색 에쿠스·제네시스·오피러스 세단 100여 대가 잇따라 들어왔다. 잠시 후, 부산함 속에 긴박함이 돌았다. 정몽구(73·얼굴) 현대차그룹 회장이 탄 에쿠스 리무진이 도착한 것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소 출근시간은 6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 회장은 이날도 오전 7시부터 해외 판매와 공장 가동률을 보고받고 오전 11시 조금 넘어 퇴근했다.

 현대차그룹은 평상시 토요일 팀장급 이상의 경우 오전 7시까지 출근하는 게 관례다. 임원이 되면 공휴일과 일요일 외에는 모두 정상 출근이다. 그래서 일주일 달력이 ‘월화수목금금일’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임원들은 평소 토요일 골프 약속을 오후 1∼2시로 잡는다. 정 회장이 토요일 오전 불시에 해당 본부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의 토요일 출근은 정주영 회장의 영향”이라며 “토요일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주영 회장의 근무수칙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회장이 출근한 5일의 회사 분위기는 여느 주말 근무 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큰 인사가 남아서다.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를 포함해 부사장급 이상 승진·보직 인사를 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설 연휴 기간에 사장단 인사를 구상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정 회장은 8일 김원일 현대차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5개 계열사 11명에 대한 부사장 승진 인사를 했다. “나머지 인사는 다음 달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 회장 측근들의 얘기다. 이달 말 현대건설 실사가 끝나고 다음 달이면 넉 달 이상을 끈 현대건설 인수에 방점을 찍는데, 그 직후 계열사 대표 인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 회장은 토요일에 현장도 자주 방문한다. 2009년 7, 8월엔 아홉 번 연속 토요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찾았다. 정 회장의 현장 방문은 직원들을 격려도 하면서 긴장을 불어넣자는 의도다. 정 회장은 공사기간에 대한 보고를 받고 문제점을 발견하고는 현장에서 건설소장(부사장)을 경질하기도 했다.

글=김태진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