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선장 총격 용의자 “아라이는 교활한 프로 해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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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용의자인 무함마드 아라이(23)가 지난달 30일 부산시 남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나이 23세, 어부, 소말리아 푼틀란드 보사소 출신.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로 지목된 해적 무함마드 아라이에 관한 신상정보의 전부다. 아라이는 가족이 있는지, 교육은 어느 정도 받았는지, 해적 경험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았다. 그는 겉보기에는 최빈국에 사는 순박한 젊은 어부다.

 하지만 그를 수사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아라이는 자신에게 불리하면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하고, ‘증거를 대라’며 당당하게 나오는 등 아주 교활한 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라이는) 갑자기 아프다고 호소할 때도 있고, 유리하면 진술을 바꾸기도 하는 등 전문적인 범죄자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 결과 아라이는 납치기간 동안 선원들을 대할 때는 난폭했다. 수사본부는 그래서 아라이가 푼틀란드에서 활동하는 해적단 중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의 ‘프로 해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라이는 현재 부산해경 유치장 독방에 갇혀 있다.

 아라이는 지난달 30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석 선장에게 총을 쐈다”고 인정했지만 이후부터는 줄곧 “총을 만진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죽은 동료가 쐈다”고 책임을 돌렸다. 한국인 선원들과의 대질조사에서도 “어둡고 다급했던 상황에서 어떻게 나를 정확히 알아보는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당당했다.

 하지만 갑판장 김두찬(61)씨의 증언은 다르다. “아라이는 해적 경험이 많은 악질”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국 해군의 2차 구출작전이 시작되자 삼호주얼리호 선교 뒤쪽 해도실에서 석 선장과 함께 매트리스를 둘러쓰고 숨어 있다 아라이에게 들켰다. “캡틴”을 외치며 석 선장을 찾던 아라이가 김씨를 찾아내 머리채를 잡아챘다. 하지만 석 선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아라이는 1∼2분 동안 더 캡틴을 찾아다녔다. 잠시 후 몇 발의 총성이 들렸다. 김씨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으나 아라이가 석 선장을 쏜 것으로 믿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라이는 한국 해군의 총격이 한창일 때 아래쪽 선실로 피하면서 김씨와 최진경(25)씨 등 항해사를 인질로 끌고 가려고 총구를 들이댔다. 다행히 총격이 심해지자 아라이는 인질을 포기한 채 선실로 내려갔다. 김씨는 “이때 끌려갔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사가 압박을 더해가자 아라이는 5일에는 “총은 소지하고 있었다”고 일부 시인했다.

 아라이가 중형을 피하기 위해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수사본부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본부는 정황 증거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특히 석 선장이 깨어나면 확실히 정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수사본부는 수사 결과를 7일 발표한 다.

부산=김상진·양원보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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