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폭설이 부른 미국 일자리 통계 ‘착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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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주말 미국 월가에선 고용통계를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두 가지 고용통계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먼저 1월 실업률이 9%로 2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깜짝’ 호재가 나왔다. 불과 두 달 만에 0.8%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실업률 하락을 학수고대해왔던 월가로선 반색할 통계였다. 그런데 노동부가 이날 함께 발표한 1월에 새로 생긴 일자리는 3만6000개에 불과했다. 14만~15만 개를 예상한 월가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실업률을 떨어뜨리자면 매달 2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1월 신규 일자리 통계는 참담한 악재였다. 월가의 반응도 엇갈렸다. 실업률이 가파르게 떨어졌다는 호재에 다우지수는 1만2000선을 넘겼다. 그러나 상승률은 0.2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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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일 못해도 취업자로 집계

임금 안 준 기업들 ‘미고용’ 분류

제조업 일자리 12년 만에 최고

고용지표 제대로 읽어야 경기 알아

미국 동부와 중서부를 강타한 폭설은 고용통계에도 혼란을 가져왔다. 2일(현지시간) 시카고 도심을 빠져나오던 퇴근 차량이 미시간 호수에 인접한 레이크쇼어 드라이브에서 눈폭풍을 맞고 발이 묶였다. [시카고 로이터=연합뉴스]

 노동부가 발표하는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 통계는 월가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기지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고용통계는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인지를 무엇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그런 고용통계가 서로 다른 신호를 내면 세계 경제의 향방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착시현상이 큰 이유다. 실업률과 새 일자리, 두 고용통계는 작성방법부터 다르다. 실업률은 6만 표본가구에 전화를 걸어 조사한다. 이와 달리 일자리 통계는 12만 개 기업이 매달 12일이 낀 주에 정기적으로 보내는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다.

 평소 월가는 일자리 통계를 더 신뢰한다. 표본숫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1월처럼 기록적인 폭설로 일을 못한 일용직 노동자가 무더기로 나올 땐 사정이 달라진다. 가구 전화 조사에선 며칠 일을 못한 일용직 노동자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반대로 일당을 주는 기업은 일을 안 한 일용직은 고용하지 않았다고 보고한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그린로는 “날씨 요인이 없었다면 1월 신규 일자리는 15만 개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1월 폭설이 고용통계에 ‘착시현상’을 유발한 셈이다.

 여기다 올 1월엔 공교롭게도 인구통계에서도 오차가 컸다. 노동부는 매년 1월 미국 인구통계를 수정한다. 그런데 올해는 수십만 명이 인구추계에서 빠졌다. 이 과정에서 실업자로 분류됐던 사람도 대거 통계에서 사라졌다. 이 같은 통계상의 오차수정이 갑작스러운 실업률 하락에 상당부분 기여했다는 것이다.

 고용통계가 엇갈리게 나오긴 했지만 월가의 평가는 낙관론으로 기울고 있다. 신규 일자리가 기대에 못 미쳤으나 내용면에선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4만9000개 늘었다. 1998년 8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세였다. 제조업이 살아난다는 건 경기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건설부문에서 3만2000개, 수송 및 도매·유통 부문에서 3만8000개 일자리가 줄었지만 이는 날씨 탓이 컸다. 날씨만 풀리면 금방 회복될 수 있다.

 한편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앞으로 정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미 연준의장은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삼가왔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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