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릭 존슨(Eric Johnson)

중앙일보

입력

록 음악계를 살펴보면, 굳이 그룹에서 활동하지 않고도 솔리스트로 명성을 날리는 기타리스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70년대 퓨젼 성향의 연주를 들려준 제프 벡(Jeff Beck)을 필두로, 80년대 초반 바로크 메탈을 들고 나온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의 성공은 이를 추종하는 수많은 속주 기타리스트들의 등장을 부채질했고 이러한 뮤지션들의 음반들 역시 좋은 반응을 었게 되었다.

하지만 90년대 록음악의 흐름이 얼터너티브, 테크노, 인더스트리얼 등 연주적 기교가 덜 강조되는 장르로 변화하며, 테크닉을 앞세운 솔로 기타리스트들이 설 땅은 자연스레 좁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꾸준히 음반과 공연을 통해 나름대로 좋은 활동을 펼치는 기타리스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프랭크 자파(Frank Zappa)', '알카트라즈(Alcatrazz)',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 '화이트 스네이크(Whitesnake)' 등 거물급 밴드에서 연주했던 다양한 테크닉의 소유자 스티브 바이(Steve Vai)와 커크 해밋 (Kirk Hammett. 메탈리카), 알렉스 스콜닉(Alex Scolnik, 前 테스타먼트, 새비티지) 등 이 그에게서 기타를 배웠다고 해서 기타계의 '사부'로 통하는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ni), 그리고 에릭 존슨 (Eric Johnson)으로 이어지는 스타급 뮤지션 3인방이 그들로 솔로기타리스트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에릭 존슨(1954년생)은 앞서 열거한 스티브 바이, 조 새트리아니와는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우선 스티브나 조의 경우 다소 차이는 있지만 헤비메탈로 분류할 만큼 선이 굵은 강렬한 연주를 들려주는 반면 에릭은 텍사스라는 활동 무대에서 알수 있듯이 컨츄리 앤 웨스턴, 블루스, 재즈 등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섬세한 연주를 주무기로 삼고 있다.

게다가 초창기부터 순탄한 행보를 보인 두사람에 비하면 32살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솔로 데뷔작을 내놓기 직전까지 에릭 존슨은 대중들에겐 철저히 무명의 존재였었다.

1980년 그래미 본상 4개부문을 모두 휩쓸었던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의 데뷔작, 캣 스티븐즈 (Cat Stevens), 캐롤 킹 (Carole King), 스티브 모스 밴드 (Steve Morse Band)의 세션을 통해 음악계에 명함을 내민 에릭은, 1986년 메이저 레이블인 리프라이즈 (Reprise)와 계약을 맺고 대망의 첫 앨범 〈Tones〉(국내발매 1996년)를 공개했다. 수록곡 중 5곡을 직접 노래했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의 연주 음반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의 등장은 당시 일대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었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본인을 포함해 로스코 벡(Roscoe Beck. 베이스), 토미 테일러(Tommy Taylor. 드럼)의 3인조를 기본으로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 'Up Where We Blelong'으로 잘 알려진 제니퍼 원스 (Jennifer Warnce. 백보컬), 제리 마로타(Jerry Marotta. 퍼커션)가 참여한 〈Tones〉. 친근한 멜로디의 보컬곡 'Friends', 'Emerald Eyes'와 어쿠스틱 연주곡 'Desert Song' ,그리고 앨범 최고의 명연으로 꼽히는 'Zap', 'Victory' 를 통해 이전까지 음악팬들이 접해왔던 기타리스트들의 공통 분모였던 빠른 속도 경쟁이나 테크닉을 앞세운 스케일이 큰 음악이 아닌 소리의 색깔만으로 승부를 거는 진정한 연주인의 촐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1986년 'Guitar Player'紙 독자투표에서 최우수 신인 기타리스트 부문 1위, 최우수 기타리스트 부문 2위, 최우수 앨범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데뷔작의 성공 이후 4년이란 공백기를 거쳐 나온 2집〈Ah Via Musicom〉(1990년. 국내발매 1991년)은 전작의 성과를 손쉽게 뛰어 넘는 역작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연주 지향의 음반으론 드물게 1백만장이라는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렸고 그래미상(Best Rock Instrumental Preformance)을 안겨준 'Cliffs Of Dover', 국내 CF, 방송의 BGM으로도 애용된 차분한 분위기의 'Trademark', 잼 세션 스타일로 녹음된 'Righteous'는 연주곡이란 약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록 음악 전문 방송국의 애청곡으로 떠올랐고 각종 기타 전문지의 인기투표 1위를 휩쓰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또다시 6년이란 기나긴 시간을 침묵, 많은 기타광들을 애태우던 에릭은 퓨전 스타일의 'Mahattan', 피아노 연주곡 'Song For Lynette', 텍사스 출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비 레이본에게 바쳐진 'S.R.V' 등 비교적 안정된 연주로 구성된 〈Venus Isle〉(1996년)을 발표하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팬들의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이후 그는 1997년, 스티브 바이-조 새트리아니와의 합동 공연 앨범〈G3-Live In Concert〉로 화제를 뿌렸고 최근엔 20년전 녹음했던 곡들을 묶어 〈Seven Worlds〉라는 제목의 음반을 발표했다.)

보통 연주인들은 속주에 급급한 나머지 음을 필요 이상으로 낭비하고 지나친 이펙터를 사용하는 등, 자신의 테크닉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에릭의 경우 이러한 오류는 찾아 볼 수 없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제프 벡, 에릭 클랩튼(Eric Clapton)등 펜더 스트래토캐스터 기타-마샬 앰프를 애용했던 이전 시대의 위대한 기타리스트의 장점을 그의 연주에선 쉽게 만날 수 있다. 때론 정열적으로 때론 부드럽게 연주할 줄 아는 에릭 존슨은 그래서 잘못하면 따분하게 들릴 수도 있는 펜타토닉 스케일(도-레-미-솔-라)을 가장 맛있게 연주하는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로도 평가받는다.

훌륭한 연주인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바로 자신만의 특징을 담은 소리를 들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것은 결코 이름난 명기를 쓴다고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특유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에릭 존슨은 진정한 이시대의 기타 개척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