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외한의 ‘거꾸로 다이어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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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티머시 페리스는 누구라도 질투를 느낄 만한 사람이다. 코미디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출판의 기초도 모르는 그가 생산성을 주제로 펴낸 ‘4시간(The 4-Hour Work Week)’이라는 책은 2007년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다음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가로 변신해 지금 한창 위세를 떨치는 트위터 같은 업체의 설립에 참여했다. 프린스턴대 교수직도 얻었고, 심지어 탱고 춤으로 기네스 세계기록도 세웠다.

The world’s best guinea pig #티머시 페리스의 신저 ‘4시간: 건강편’, 자가실험으로 얻어낸 반직관적인 경험담 담아

페리스는 ‘생활 해커(life hacker)’의 본보기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알려진 분야에 문외한으로 뛰어들어 몇 가지 살짝 비틀면 그 좌판이 완전히 뒤집어진다. 최근 관심은 건강이다. 신간 ‘4시간: 건강편(The 4-Hour Body)’은 각종 자료를 망라해 약간의 과학을 곁들여 우리 몸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책이다. 페리스만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18세 이후 본인이 한 거의 모든 운동을 기록했다. 혈액검사도 1000회 이상 했다. 그의 서랍엔 휴대용 혈액 산소농도 측정기와 숙면 검사기 같은 각종 건강관련 기기로 넘쳐난다. 페리스는 스스로 실험대상을 자원해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다. 자신의 복부에 이식한 혈당 측정기를 바탕으로 음식은 섭취 후 여러 시간이 지나야 혈류로 유입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운동 전에 먹는 영양 간식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다. 계피와 레몬 주스 둘 다 혈당을 신속히 낮춰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페리스는 자가측정과 자가실험이라는 새로운 추세의 첨단을 달린다. “요즘은 거의 모두가 데이터를 수집할 수단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그가 말했다. “자기 신체의 데이터를 수집해 조치가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기가 어느 때보다 쉽다.” 비근한 예가 데일리번닷컴(DailyBurn.com)이다. 페리스가 과거에 투자한 회사로 아이폰을 통해 개인의 식단과 운동 프로그램을 추적한다. 큐어투게더닷컴(CureTogether.com) 같은 사이트는 자신에게 적합한 자가 임상시험을 선택하게 해준다. 또 퀀티파이드 셀프(Quantified Self)와 영생연구소(Immortality Institute) 같은 신생 기관은 데이터를 공유하려는 자가실험자들의 중개소 역할을 한다.

‘4시간: 건강편’ 내용의 대부분은 반직관적이다. 살을 빼고 싶다고? 더 많이 먹고 더 적게 운동하라(물론 해당 식단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중고차 판매상의 입에 발린 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근육이 15kg 늘었고 지방이 1.8kg 줄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222에서 147로 줄었다고 자랑한다. 28일 동안 전부 합해 단 4시간 동안의 운동으로 말이다. 책만 읽으면 누구나 가능한 듯하지만 페리스는 세세한 부분에 바짝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제대로 충분히 먹기가 쉽지 않다. 슬로 카브(slow-carb: 탄수화물 흡수를 느리게 만드는 식단) 다이어트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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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초인간이 될까?

이 책은 과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페리스는 임시변통책을 옹호한다. 커피의 지방 소모 반감기를 늘리려면 자몽에서 쓴 맛을 내는 성분인 나린게닌이 좋으며, 근육을 키우려면 생강을 먹고, 숙면을 하려면 양치식물인 중국산 석송 추출물 후퍼진을 복용하라고 주장한다. 책의 한 장에선 휴대전화의 유해성이 터무니없다고 말하고, 다른 장에선 근육섬유 형태를 바꾸는 일도 가능하다고 즉흥적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 대부분은 전문 잡지(엑서사이즈, 스포츠과학 리뷰)에 실린 연구 결과로 뒷받침된다. 물론 거기엔 일회용 프로젝트나 수십 년 묵은 사례 연구도 포함됐다.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자가실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공유해 가장 효과적인 건강증진 방법을 찾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진 말자.

JERRY GU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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