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양돈농가 “1㎏에 6500원 이상은 안 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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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돼지 사육 농가들이 앞으로 육가공업체에 ㎏당 6500원 넘게는 팔지 않기로 했다. 최근 폭등하는 도매가격을 잡기 위해서다.

 대한양돈협회는 31일 경기도 과천 시민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과 무관하게 육가공업체와 거래할 때는 고기 값을 ㎏당 6500원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과 이동제한이 풀린 지역의 경우 돼지를 조기에 출하키로 했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110㎏일 때 출하하는 게 가장 경제적인데 100㎏만 되면 출하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돼지고기 가격은 매몰 대상이 급격히 늘어난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였다. 축산물등급평가관리원이 집계한 지난달 27일 전국 도매시장 경매 평균가격은 1㎏에 891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월 평균가격(4752원)에 비해 87.5%나 뛰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동제한 때문에 도축이 안 돼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쇠고기 값을 앞지르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병모(사진) 양돈협회장은 “돼지고기 가격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서민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양돈산업과 육가공 및 유통·외식업체 등 관련된 모든 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며 “8000여 양돈농가를 설득해 도매가격과 상관없이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돼지를 잘 키워 시장에 출하하면 살처분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일부 농가가 살처분 보상금을 노리고 방역을 소홀히 한다는 보도는 오해”라고 강조했다.

 양돈협회의 발표는 즉각 효력을 보였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농협 서울 공판장의 경락가는 1㎏에 6692원으로 27일에 비해 2218원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소매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이날 집계한 서울지역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평균 판매가격은 1㎏에 1만9420원으로 28일에 비해 2770원이나 올랐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도매가격이 안정되면 시차를 두고 소매가격도 함께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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