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게 이미지 벗어나자 … 빅3 편의점, 대형마트 뺨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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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편의점과 대형마트 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 편의점 점포수가 1만7000여 개에 육박할 만큼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편의점끼리의 경쟁을 넘어 일부 영역에서는 대형마트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의 전체 매출은 각각 36조원, 8조원대로 예상된다.

 편의점 업계 1위인 보광훼미리마트는 최근 전통육개장과 소갈비탕, 북어해장국 등 국밥도시락 제품을 출시했다. 테이크아웃은 물론 매장에서 즉시 먹는 것도 가능하다. 훼미리마트는 주요 소비층인 30~40대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소개했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는 지난해 12월부터 라면과 우유·소주처럼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생필품 9개 품목의 가격을 7~24% 내리며 공세에 나섰다. 730원에 팔던 신라면은 가격 인하 후 600원이면 살 수 있다. 통신카드 할인까지 감안하면 값은 510원으로, 대형마트(570~590원)보다 저렴하다.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 식품과 음료의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있다. 매출 중 40%에 육박하는 담배의 매출 비중을 낮춰 ‘담배가게’ 이미지를 벗어나 기 위해서다. 편의점마다 특정 상품군을 강화한 ‘특화편의점’을 내놓으면서 일부 품목은 마트 못지않은 상품 수를 자랑하는 경우도 생겼다. GS25는 수퍼형·베이커리형·원두커피전문 편의점처럼 상권 성격에 맞게 특화한 편의점을 800개가량 냈다. 주류전문점형 편의점에선 막걸리·사케 같은 전통주를 비롯해 맥주와 와인을 팔기 위한 전용 판매대를 따로 뒀다. 이곳에선 일반 편의점보다 2배 이상 많은 200여 종의 주류를 판매한다. 편의점의 또 다른 강점은 골목상권 밀착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상품의 반품을 대행해주거나, 편의점으로 배달시키고 이를 찾아갈 수 있는 택배픽업서비스, 편의점 인근에 있는 음식점이나 미용실의 쿠폰을 무료로 주는 ‘할인쿠폰 출력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출점 조건을 까다롭게 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편의점 업계에는 호재다. 유통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편의점 점포수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하다. 덩치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대형마트와 정면으로 겨루기에는 무리인 데다 제조업체들의 납품단가도 품목별로 대형마트보다 10~20% 이상 더 비싸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염민선 박사는 “미주나 유럽 같은 유통 선진국에선 대형마트와 SSM 이후 편의점 산업이 성장하는 양상을 보여왔다”며 “지금까지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영역 구분이 명확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구분이 점차 희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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