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 박태준 “교육은 사람 만드는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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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2007년 광양제철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 제공]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들어선 경북 포항은 1960년대는 곳곳이 허허벌판 모래밭이었다. 제대로 된 공장이 한 곳도 없었고 주거 환경은 변변치 못했다. ‘철(鐵)의 사나이’ 박태준(84·전 국무총리) 포스코 명예회장은 이곳에서 세계적인 철강회사를 만들어 냈다. 그는 포항을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도시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녀 교육 걱정 때문에 포항을 기피하던 젊은이들을 당시 포철로 데려오기 위해 학교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코의 성장과 ‘포항 교육도시’의 숨은 원동력이 된 포스코교육재단이 27일 출범 40주년을 맞았다. 유치원, 초·중·고교 12곳과 POSTECH(포스텍·옛 포항공대)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을 만든 박 명예회장은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에 머물고 있다. 그와 25일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 박 명예회장은 “나라는 인재가 만들고 인재는 교육이 만들어 간다”며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경영도 벅찰 텐데 어떻게 학교까지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포철을 세우려 68년 포항에 내려갔다. 시골이다 보니 서울의 유능한 사람들이 오려 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이었다. 양질의 교육이 선결 과제였다. 박정희 대통령한테 제철소 임무를 받고 포항에 내려가자마자 한 일이 최고로 좋은 유치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후 초등학교, 중·고교, 대학을 차례로 설립했다.”

 -POSTECH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요.

 “공과 교육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고 싶었다. 좋은 학교, 좋은 대학이 포항에 들어서게 되니 포철의 인원모집 공고가 나면 유능한 젊은이들이 자녀 걱정 없이 다 내려왔다.”

 -포항이 교육도시처럼 됐습니다.

 “지방에 회사와 학교가 생기면 지역사회가 동시에 발전한다. 이게 비즈니스와 교육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나라가 되려면 좋은 교육이 있어야 한다. 나라는 인재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인재는 교육이 만들어 간다. 포스코가 철을 만드는 곳이라면 포스코교육재단은 사람을 만드는 곳이다.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산업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 교육이 강해질 수 있나요.

 “POSTECH 같은 대학을 전국에 20개는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가 협조하면 해낼 수 있다. 그래야 국가가 든든해진다.”

 -학교 운영을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지요.

 “나는 산업인이지만 스스로 교육혁명가라고 생각한다. POSTECH을 만들 때 에피소드다. 재미 물리학자 김호길 박사를 초대총장으로 모실 때였다. 그에게 ‘당신 같은 뛰어난 학자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게 혼자 잘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나라를 생각하고 후배를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 한국에 가서 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셔온 뒤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할 일은.

 “중·고교를 만들 때도 직접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선생님을 모셨다. POSTECH을 만들 때도 모델로 삼은 Caltech(칼텍·캘리포니아공대)을 직접 답사했다. 좋은 책임자는 성의를 갖고 좋은 선생님을 모시는 사람이다. 좋은 선생님이 좋은 학교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교육자의 자세에 아쉬움이 많다. 스스로 혁신하고 애국심이 있어야 하고, 좋은 학생을 키우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철의 사나이가 내 별명이지만 나 스스로는 교육혁명가라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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