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구청 엇박자 … 대전 무상급식 산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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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전시의 무상급식 계획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예산을 분담해야 할 시교육청은 물론 일부 구청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농촌지역과 저소득층 자녀 무상급식(20%)을 제외하고 시 60%, 구 20% 예산분담 방식으로 6월 초등학교 1~2학년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조욱형 기획실장은 이날 “시는 무상급식 시행에 5개 구청(장)과 원칙적 합의를 봤고 일부 이견이 있는 재원분담 문제에 대해서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교육청이 시의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요구를 완고하게 거절한 것에 대한 새로운 대책이다. 시가 이같은 방안을 발표하자 대덕구청이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26일 일정에 없었던 기자회견을 자청, “대전시가 자치구와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5개구에 예산을 분담해 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시에 분명히 무상급식 예산을 분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시의 발표를 반박했다.

 그는 이어 “대덕구는 무상복지에 대한 철학이 다를 뿐더러 올해 법적·의무적 경비 161억원을 편성하지 못한 상태로 재정 여건상 예산 분담이 어렵다”며 “시는 자치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교육청과 직접 만나서 협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김신호 교육감도 20일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영양결핍으로 두뇌·신체 발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잘 사는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예산이 더 큰 문제인데 최근 시가 재정이 열악하다며 저소득층 자녀 인터넷 통신비 지원을 끊는 등 다른 교육사업에 대한 예산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어떻게 부담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는 “무상급식을 할 경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올해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할 경우 소요 비용이 176억원으로, 시 예산 3조원과 교육청 예산 1조3000억원 등 총 4조3000억원의 0.41%에 불과해 시·구·교육청간 협의와 불요불급한 예산절감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규모”라며 김 교육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처럼 대전시와 교육청, 자치구까지 가세해 무상급식 시행에 대한 찬반논쟁이 불붙자 시는 내달중 무상급식 시행여부에 대한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시 조욱형 기획실장은 “대부분 타 시·도에서는 무상급식에 대해 합의를 이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데 대전시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누릴 수 없다면 말이 안된다”며 “무상급식은 의무교육과 같은 차원에서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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