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카루스가 공중을 휘젓자 객석엔 탄성이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캐나다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예를 연출한다. 그리스신화 이카루스에서 소재를 빌린 ‘바레카이’도 현란한 몸짓과 화려한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25일 저녁 대만 타이베이 시내의 대형 텐트극장.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아시아 투어 작품인 ‘바레카이(Varekai)’가 무대에 올랐다.

 흰색 날개를 달고 무대로 떨어진 이카루스에게 2500여 관객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물에 사로잡힌 이카루스가 무대와 천장을 오가며 고난도 연기를 펼치자 극장 안은 탄성과 환호로 가득했다. 이어 등장한 숲 속 생명체들은 저글링·공중그네·후프·목발 연기 등 역동적인 동작을 이어갔다.

 ‘바레카이’는 4월 한국에 들어온다. 2002년 캐나다 초연 이후 전세계 600만 명이 관람했다. ‘퀴담(Quidam)’ ‘알레그리아(Alegria)’에 이어 ‘태양의 서커스’ 세 번째 방한이다. 분위기는 전작들과 다소 다르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그리스 신화 속 비운의 인물 이카루스. 밀랍 날개를 붙여 하늘을 날다 태양에 너무 가까워져 땅으로 추락, 죽음을 맞았던 비극적 캐릭터다. ‘바레카이’는 이카루스를 로맨틱 모험담의 주역로 부활시킨다. 신비의 숲에 떨어져 살아남은 이카루스는 다양한 생명체를 만나며 사랑까지 성취한다. 집시의 언어로 ‘어디든지’라는 뜻의 제목처럼 ‘바람이 이끄는 곳 어디나 또 다른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물론 작품의 본령은 ‘아트 서커스’다. 줄에 의지한 두 명의 곡예사가 공중에서 함께 펼치는 ‘공중 밧줄’ 등 ‘몸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두 개의 그네에 각각 매달린 곡예사들이 하얀 캔버스나 상대의 그네에 착지하는 ‘러시아 스윙’은 아찔하기만 했다.

 작품은 긴장과 이완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아슬아슬한 연기 뒤엔 익살스런 광대들이 불쑥 나타났다. 하와이 민속음악, 가스펠,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차용한 음악은 무대 위의 숲에 이국적인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의상도 화려함과 신비함을 더했다.

 ‘바레카이’의 예술감독 마티외 가티앙은 전작과의 차별점으로 에너지를 꼽았다. “에너지가 분출하는 공연이며 주된 메시지 역시 생(生)을 축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모든 장면이다. (웃음) 아슬아슬한 고난도 장면, 감성적이고 시적인 장면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모두 멋지고 필수적인 장면이다.”

 -3D기술이 서커스를 위협하지는 않을까.

 “서커스는 라이브로 공연한다.사람(연기자)과 사람(관객)이 직접 소통한다. 매번 새로운 도시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이런 면은 하이테크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

 -‘태양의 서커스’ 철학이 있다면.

 “관객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능하게 보여주는 게 서커스의 전통이다. 게다가 우리는 비주얼과 연극·서사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태양의 서커스’ 대만 투어는 다음 달 끝난다. 연기자·스태프 150여 명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한국으로 옮겨온다. 컨테이너 70여대 분량의 무대 장치도 함께 온다. 한국 공연은 4월 6일부터 5월 29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공연장에서 진행된다.

타이베이=글·사진 천인성 기자

◆태양의 서커스=1984년 캐나다 퀘벡에서 창설됐다. 길거리 공연자들이 의기투합해 시작, 현재는 총 직원 5000여 명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공연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