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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남 탓 말고 우리 허물부터 들여다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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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6일 불교계 5대 결사 운동을 발표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연합뉴스]

불교 조계종이 ‘자기 반성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서 총무원장 자승(慈乘·57) 스님은 범종단적인 자성(自省)과 쇄신(刷新) 결사를 제안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을 계기로 정부와 갈등을 빚어오던 조계종이 자신을 향해 창을 겨눈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종교편향 논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의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며 외부를 향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조계종으로선 이례적인 대응이다.

 이날 자승 스님은 “남 탓을 하고, 남에게 원인을 돌리면 우리 종단은 결코 변할 수 없다”며 5대 결사 운동을 제안했다. 결사(結社)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불교계가 극복 방식의 일환으로 취했던 운동이다. 멀리는 고려 보조국사(普照國師)의 정혜결사, 가까이는 청담(靑潭)·성철(性徹) 스님 등이 주도했던 봉암사 결사 등이 있다.

 자승 스님은 “우리 종단은 민족문화에 대한 왜곡된 의식, 편향된 종교적 이해와 종교갈등 조장, 국민과 소통을 거부한 일방통행의 국정 운영 등을 비판하며 단호한 대정부 입장을 표명했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또 한편, 이러한 결과를 낳은 오늘의 현실은 우리 스스로의 허물에서 기인함을 깊이 자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을 탓하고 밖의 허물을 구실삼기보다 나 자신을 질책하고 안을 들여다보고 바로 세워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의 수장 총무원장의 ‘자기 반성’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불교계 내부에는 “정부와 불교계는 예산을 사이에 끼고 서로 상대를 이용하는 ‘묘한 동거’ 관계를 꾸려왔다”는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있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통해 종교계를 관리하고, 종교계는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정부에 협조하는 식이다. 거기에는 부작용도 따랐다. 일선 사찰에서 신도들의 힘을 모아서 불사(佛事)를 하려면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대신 정부 지원을 받으면 ‘한방’에 불사가 가능하다. 쉬운 쪽을 택하다 보면 종단의 자생력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자승 스님은 그런 ‘동거 관계’를 향해 선을 그은 셈이다. 지난달 ‘ 6대 종단 지도자 이웃종교 성지순례’차 방문했던 로마에서도 자승 스님은 “일선 사찰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으면 수십 배, 수백 배로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그게 불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방향을 정한 바 있다.

 담화문 발표 후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정부 관계가 냉각기다. 언제까지 계속되나”라는 물음에 대해 총무원 측은 “법에 의해 규정된 내용이 엄연히 있음에도, 관행처럼 시혜 받고 불교계에서 아우성을 쳐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형식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통 문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화를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자승 스님은 “결국 예산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종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원인과 결과다. 인과(因果)의 법칙이다. 인(因)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 과(果)를 풀려고 하면 쉽지 않다. (정부가) 불교를 홀대하고 쉽게 보는 것도 국민과 사회로부터 불교계가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되짚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단 차원에서 5대 결사운동을 전개한다. ▶불교 본연의 모습을 찾는 수행결사 ▶민족문화를 스스로 보호해 나가는 문화결사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실현하는 생명결사 ▶사찰이 이웃과 사회와 함께 나누는 나눔결사 ▶종교간 평화, 남북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한 평화결사 등이다.

  자승 스님은 종교간 대화도 강조했다. 이날 오후에는 총무원의 종무원 200여 명과 함께 청사에서 영화 ‘울지마 톤즈’를 관람했다.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선교를 하다 암으로 숨진 고(故)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자승 스님은 “‘울지마 톤즈’를 개인적으로 두 번 봤다. 영화를 통해 상구보리(上求菩提·위로는 깨달음을 구함)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하화중생(下化衆生·아래로 중생을 교화함)에는 소홀한 불교의 문제점을 봤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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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원장(제33대)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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