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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들 초등학생 되는 아이 어디에 맡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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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서울 보광초 돌봄교실에 다니는 학생들이 오후 6시 무렵 퇴근하는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최명헌 기자]

“3월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직장맘이에요. 지금은 유치원에서 퇴근 때까지 아이를 봐주지만 학교에 다니면 수업이 일찍 끝나 걱정이에요.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입니다.” 온라인 육아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직장맘들의 하소연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이달 예비소집을 한다. 아직까지 아이 봐줄 곳을 찾지 못한 직장맘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또래들과 저녁 먹고 공부

12일 오후 4시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보광초등학교. 겨울방학이라 텅 빈 학교의 한 교실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컬러 지점토로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조물거리고 있었다. 돌봄교실에 다니는 1~2학년 학생들이다. 학기 중에는 26명이었는데 방학이라 학생 수가 줄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학부모 한 명이 교실 문을 열었다. 아빠가 데리러 왔다며 아이가 가방을 챙겨 들고 뛰어 나갔다. 다른 아이들은 오후 5시30분쯤 저녁밥을 먹었다. 이날 메뉴는 참치김치찌개와 오삼불고기. 박은경 교감은 “매 끼니마다 단백질 반찬이 나온다”며 “저녁밥을 먹고 밤 9시가 돼야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돌봄교실을 2년째 운영 중인 보광초는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 연구 학교다. 박 교감은 “학기 중에는 독서논술, 일본어, 리코더, 수학 등을 학교 교사들이 직접 지도한다”고 말했다. 문예진흥원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통공예, 무용, 진로교육도 한다. 전유현(2학년)양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있는 현장체험이 가장 좋다고 했다. 저녁 시간에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동행’ 봉사자들이 학습과 숙제 지도, 준비물 챙기는 것을 돕기도 했다.

현재 전국 유치원의 99%(8219개), 초등학교 88.4%(5851개)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침 이른 시간과 밤에는 활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3월부터 전국 536개 학교(유치원 포함)를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로 확대 지정해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인자 연구사는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을 위한 서비스로 1000개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등 특수 지역의 경우 밤 늦은 시간에는 택시로 귀가하는 방안도 나왔다. 초등 1학년 큰 아이를 종일 돌봄교실에 보냈던 구혜영(37·서울 영등포동)씨는 “엄마가 돌봐주지 못하는 시간에 아이가 안전한 곳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돼 일에도 더 집중할 수 있다”며 만족해 했다. 특히 아이가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돌봄교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저소득 자녀가 아니면 식비는 부담해야 한다.

야외활동에 대학생 멘토가 숙제도 챙겨줘

경기도는 2008년 9월부터 ‘꿈나무안심학교’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평생교육국 조청식 국장은 “안심학교를 모델로 교과부가 주관하는 ‘종일 돌봄교실’이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41개소 58교실(1205명)의 꿈나무 안심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올해 18개소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조 국장은 “앞으로 학교 밖 꿈나무안심학교 운영을 위해 대학·도서관·공공청사 등 주변 인프라와 특성을 살려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양 경인교대 꿈나무 안심학교에서는 ‘대학생과의 1:1 멘토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학생(멘토)이 초등학생(멘티)에게 학습과 정서 지도는 물론 식사와 숙제, 준비물까지 챙겨준다. 이곳 보육교사 김미현씨는 “멘토링이 있는 날에는 참여를 하기 위해 늦게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오산대학 꿈나무안심학교는 오산시장 내 맞벌이 상인가정을 포함한 지역 아동의 보호와 교육을 위해 오산전통중앙시장 내 고객지원센터에 지난달 6일 개교했다. 오산대학 이영훈 교수는 “대학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사고나 문제 행동을 지도하고, 부모와 상담을 통해 교육은 물론 심리치료와 가족상담요법까지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유엔아이센터는 건물 내에 아이스링크와 수영장, 각종 예술문화 프로그램이 있어 인기다. 조 국장은 “보육교실 연장 운영을 통해 맞벌이 부부의 보육 부담을 줄였다”며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꿈나무안심학교 운영학교의 학생 중 일시적으로 24시간 보호가 필요할 때는 ‘어린이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안심학교 프로그램이 끝나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등교시간이나 공휴일에 운영된다. ‘보금자리 교실’은 맞벌이 가정의 저학년 자녀를 우선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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