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의 감독 이와이 슈운지

중앙일보

입력

11월 20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러브 레터〉의 감독 이와이 슈운지가 영화의 프로모션 활동차 방한했다. 그는 1박 2일 일정으로 8일 오후 내한했으며, 9일 오전 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94년 〈언두〉로 영화감독 데뷔한 이와이 슈운지는 95년 〈러브 레터〉, 96년 〈피크닉〉과 〈스왈로우 테일 버터플라이〉, 98년 〈4월 이야기〉까지 총 5편의 장편 극영화를 만들었다. 1963년 생이며 처음에는 TV 드라마와 뮤직 비디오 쪽에서 활동했다.

〈러브 레터〉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그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 언더그라운드 영화 유통 과정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다. 〈러브 레터〉는 2차 일본문화 개방조치 이후 첫 극장 개봉하는 영화다.

다음은 이와이 슈운지 감독과 기자들이 진행한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러브 레터〉의 흥행 여부에 대한 판단은 어떤가?

잘 모르겠다. 〈러브 레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고 들었다. 이 사실은 영화의 흥행에 있어 좋지 못한 조건이다.

-영화에서 주연 여배우인 나카야마 미호에게 1인 2역을 맡긴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즉흥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다. 본래 나카야마 미호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온순하고 얌전하고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좀 활발한 캐릭터를 맡기고 싶었고, 그게 영화 속에서 여자 이츠키 역으로 나타난 것이다.

스탭들 사이에서는 농담 식으로 나카야마 미호가 여우주연상을 타게 해주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렇다면 몇 배로 일을 시켜야 한다는 우스개 섞인 의견도 있었다.

-영화의 원작으로 소설을 먼저 쓰고 그것을 이후에 영화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늘 그렇게 작업하는가?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4월 이야기〉는 원작을 소설로 만들지 않았고, 〈스왈로우 테일〉과 〈러브 레터〉만 소설이 원작이다. 내가 원작으로 소설을 쓰는 이유는 프로듀서들에게 영화의 기획서를 제출할 때, 좀 더 용이하게 그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현재 양덕창(대만)과 관금붕(홍콩)과 함께 진행 중인 〈Y2K〉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다른 감독들과 기획 의도나 스케줄에 있어서 무리가 많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은 내년에 소설로 먼저 선보일 생각이다.

내용은 미래를 배경으로 우리 세대가 남긴 문제들, 이를테면 환경과 관련한 문제들을 다음 세대들이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관한 영화가 될 것이다. 또 하나 옛 닌자(忍者)들을 다룬 영화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것은 제작비 문제로 고민하는 중이다.

-항상 작품마다 스타일과 형식이 바뀌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같은 종류의 영화를 반복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만든 영화들에 속편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서 거절했다. 현재는 내 작품에 대해 매번 다르다는 평가가 있겠지만, 이것은 10년, 20년 후에는 관객들이나 나 자신도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 때마다 내 스스로 흥미를 가진 것들을 영화로 만들기 때문에 일관된 주제의식이나 스타일, 형식을 추구하는 작가 스타일은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자신의 영화에서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일반적인 남녀관계로 풀어나가지 않고 있다.

나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내 자신이 영화 감독이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데, 만약 표현하고 싶어하는대로 했다면 스토커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할 뿐이다.

-〈러브 레터〉에는 당신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에피소드들이 들어가 있는가?

영화를 만들면서 물론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간 부분은 있다. 하지만 내 실제 생활과는 많이 다르며, 영화의 이야기는 완전한 창작물이다. 오히려 내 형이 그런 연애 경험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매우 부러웠다.

-추천하고 싶은 일본 영화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 그리고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영화인이 있다면?

어릴 때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나에게 영화를 만들고자 한 계기나 동기 부여는 되지 못했고, 오히려 고등학교 시절 아마추어가 만든 영화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일 개봉하는 당신의 영화 〈러브 레터〉는 방송광고 불가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몰랐다. 왜 그랬는가?(질문자가 "광고는 국민의 자존심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심의규정 때문에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대답) 나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이곳에 오니 과거 세대들이 남긴 흔적이 많고 또한 그것이 현 세대의 한국인들에게
아직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일본 젊은이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잘 모른다. (일본)교과서에는 그런 내용이 자세히 쓰여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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