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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선장 몸 속에 총알 없어 … 절망적 상황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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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만 살랄라의 술탄 카부스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는 석해균(58) 선장이 손을 움직이고, 목을 뒤척이는 등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고 백주현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이 24일 밝혔다. 현지에서 석 선장을 보고 온 백 국장은 이날 “석 선장이 잠을 자면서도 움직이는 등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종현 주오만 한국대사도 이날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석 선장이 총알 4발을 맞았지만 현재 몸 안에 남아 있는 총알은 없다”며 “의료진이 조심스럽게 (상태가)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의료진은 오만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의료진은 수술이 끝난 뒤 석 선장에게 수면제를 제공해 안정을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원래 이날 재수술을 할 계획이었는데 석 선장의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수술을 연기했다. 석 선장이 입원한 술탄 카부스 병원은 오만 보건부 산하 왕립병원으로 오만의 2대 도시 살랄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석해균 선장의 부인 최진희씨가 지난 22일 밤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자택에서 현관문을 열고 걱정스럽게 밖을 보고 있다. 최씨는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오만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삼호해운이나 외교통상부가 나서주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이런 석 선장의 상태를 접한 아내 최진희(58)씨는 지금 탈진 상태다. 최씨는 이날 “여보, 총상 입은 곳이 아프죠. 빨리 당신 가까이 가서 간호를 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1975년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22세의 동갑내기 청년 석해균을 만나 백년해로를 맺었다.

석해균 선장이 해상 운송선인 다이내믹 익스프레스호 도입식 때 찍은 기념 사진. 앞줄 가운데가 석선장이다. [석해균 선장 가족 제공]

 석 선장의 둘째 아들 현수(31)씨는 “어머니가 직접 아버지를 돌볼 수 있다면 걱정이 그나마 덜할 것”이라며 “어머니가 오만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뜻을 수차례에 걸쳐 선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23일만 해도 남편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뉴스를 보고 찾아오는 친척들도 만나고 언론 인터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석 선장의 부상이 심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현수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수술이 안정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는데 해적들의 조준 사격으로 총상을 입고 엉덩이 살이 썩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 전했다.

 경남 밀양시 무안면 마흘리 석 선장의 아버지 석록식(83)씨와 어머니 손양자(79)씨는 사흘째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 손씨는 “애들(며느리와 손자들)이 우리가 걱정할까 봐 아무도 말을 안 했는데 금요일 TV를 보고 알게 됐다”며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3년 전부터 파킨슨병으로 심하게 몸을 떨고 있는 손씨는 아들이 총상을 당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더 심하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손씨는 “한번도 부모 걱정을 시키지 않았던 해균이가 먼 곳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심한 삼호해운=삼호해운 측은 석 선장 가족들의 거듭된 오만 출국 요청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수씨는 “삼호해운이 주요 소식을 알려주지만 언론 보도보다 늦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좀 더 빨리 알려주면 가족들의 걱정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호해운은 납치사건이 일어난 15일부터 회사 정문 셔터를 내린 채 일절 외부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전화를 걸어도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며 끊어버리기 일쑤다.

부산=김상진·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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