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바이러스 전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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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민족 대이동의 최대 명절이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국적 확산의 계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바이러스 공격은 국지전 형태의 박테리아 공격과는 달리 전후방이 없는 전자전의 양상을 띤다. 흑사병은 과거 14세기 유럽 주요 도시의 인구 절반을 사망케 했고, 금세기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 등 바이러스 공격은 모두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공통점이 있다. 특히 구제역, 홍콩독감,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바이러스의 게릴라 전쟁은 인구 초과밀 지역을 중심으로 지구에 처절한 대재앙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느 지구생태학자는 지구가 봄·여름·가을·겨울의 감정 표현을 하고, 자전과 공전이라는 활동을 하는 거대 생물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인간이란 바이러스가 지구생물의 체액과 에너지, 즉 기름·가스·광물 등을 드라큘라처럼 마구 뽑아내기 때문에 지구생물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도 병들게 되면 고열·오한·진땀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처럼 지구생물도 고온·혹한·폭우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인간이 병들면 병을 고치려는 반작용이 작용하는 것처럼 지구 병의 주범인 인간을 공격하는 소위 세계 바이러스대전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다.

 바이러스는 먼저 인간 주변을 공략하면서 인간 공격을 위한 전략전술을 수립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을 향한 대공세를 감행할 것이다. 이번 구제역도 그 같은 탐색전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바이러스와의 세계대전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대한 국가적 비상전략 수립이 절실하지 않을까. 특히 세계적 인구 과밀 국가인 우리에게는 북한 도발 못지않게 절실한 문제다.

 첫째, 전 국민이 바이러스 전쟁에 대비한 강력한 전투력의 군인이 되어야 한다. 즉 항바이러스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운동·영양·약물,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면역 체력 강화를 위한 ‘식량영양 관리’ ‘운동처방 관리’와 ‘백신 등 약물의 연구·개발·생산을 위한 바이오(Bio) 방위산업 육성’ 등을 국가방위 차원의 문제로 추진해야 한다.

 일례로 걷는 운동으로 체중 10㎏을 줄이면, 체지방은 13㎏ 줄고, 항바이러스성 체 성분은 3㎏이 증가하기 때문에 항바이러스 저항력은 30% 이상 증가한다. 구제역에도 운동을 많이 하는 야생동물은 강하고 집안에서 편히 지내는 소·돼지는 취약하다는 점을 주목하자.

 둘째, 한정된 좁은 공간의 밀집된 가축 사육 시스템은 바이러스 면역 저하의 근본 원인이다. 방목을 위한 국토가 모자란다면 면역력을 키우는 사료 개발이나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간지역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조합적 성격을 띠고 있는 우리 축협이 첨단기술 축산을 위한 연구조합으로 변신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과밀로 바이러스 전쟁의 최대 취약 국가임을 명심하자. 따라서 바이러스 전자전에 대비해 운동 부족인 노약자·영유아의 예방백신, 전 국토 위생관리, 가축사육의 첨단과학화 등의 대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