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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로 퍼주던 벌교 ‘꼬막 인심’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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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보성군 벌교읍에서 관광객들이 참꼬막을 살펴보고 있다. 상인들은 “꼬막 값이 비싸 가격을 물어보곤 혀만 내두르고 돌아서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프리랜서=장정필]

“감기 석 달에 입맛이 소태 같아도 꼬막 맛은 변치 않는다.” “꼬막 맛이 떨어지면 이미 죽은 사람이다.”

 짭조름하고 쫄깃쫄깃한 참꼬막 맛을 두고 하는 말들이다. 참꼬막이 제철을 맞았지만 물량이 달리고 값이 뛰어 맛보기 힘들어졌다. 요즘 대형마트의 참꼬막 판매가격은 1㎏당 1만6000원 안팎. 알이 굵고 살이 꽉 찬 상품의 경우 1㎏에 50~60개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개당 260~320원꼴이다. 음식점에서 술 안주로 삶아 내놓는 참꼬막의 경우 개당 1000원에 가깝다.

 참꼬막의 집산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어민들이 수협에 위판하거나 상인들에게 넘기는 가격이 포대(20㎏)당 20만원 안팎이다. 지난해 이맘때의 16만원 안팎에 비해 25%, 그 전해와 비교해 50%가량 올랐다. ‘황금수산’ 주인 박성용(27)씨는 “가격이 워낙 세 소비자들에게 ㎏당 1만2000원에 판다”며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물량을 구하기 어렵고, 값이 2년 전보다 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참꼬막 생산량이 줄어든 데 대해 보성군 해양산림과 유환철씨는 “수년 전부터 종패(새끼 꼬막)가 잘 생기지 않는다”며 “바닷물이 산성화하고 수온이 올라가는 등 어장 환경이 변한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추위의 영향도 있다. 이번 겨울에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어민들이 갯벌에 나가 바닥을 긁어 캐는 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참꼬막 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사상에도 올라 설 제수(祭需)용 수요가 급증하고, 제철을 맞아 찾는 미식가가 많기 때문이다.

보성=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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