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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사, 관광상품으로 부활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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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근대역사관 모습 (위 사진). 24일 대구시 포정동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시민들이 대구읍성 모형을 보고 있다(아래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국채보상운동, 2·28 학생민주의거, 근대화를 선도한 도시….

 대구시 이진현 학예사가 꼽은 자랑스러운 대구의 발자취다. 그는 “근대 대구 역사에는 애국심이 흐른다”며 “시민들이 역사를 돌아보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근대역사관 개관을 준비한 그는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구근대역사관’이 24일 문을 열었다.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건물은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건립됐다.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연면적 2077㎡)이다. 한동안 비어 있다가 2008년 대구도시공사가 사들여 대구시에 기증했다.

 르네상스 풍인 이 건물은 건축미가 뛰어나다. 2003년 대구시가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한 이유다.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건물은 조선시대 대구의 중심인 경상감영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엔 대구의 중심가였다. 이 학예사는 “대구의 근대사가 서린 건물을 활용하면서 근대 역사를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역사관에 들어서면 맨 먼저 ‘조선식산은행 은행실’이 나온다. 금고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바닥에는 사각형으로 된 목조판이 타일처럼 붙어 있다. 건축 당시 모습 그대로다. 역사연표실에서는 대구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온다. 달구벌은 신라 경덕왕 때, 대구라는 명칭은 조선 정조 때 처음 사용했다.

 미니어처로 만든 옛 경상감영 모습이 눈길을 끈다. 1906년 공문서에 첨부된 도면(서울대 규장각 소장)을 근거로 재현한 것이다. 일제시대 때 달성공원으로 옮겨진 관풍루를 볼 수 있다.

 부영(府營)버스 영상체험실은 옛날 대구의 거리를 보여 준다. 이 버스는 대구부(大邱府·현 대구시)가 운영한 최초의 시내버스로 5개 노선 중 하나다. 서문시장에서 대구부청까지 운행하던 도심 노선이었다. 1929년 운행을 시작했다. 운전석 쪽 화면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안내양이 서문시장·대구경찰서·도청(경상감영) 등을 차례로 운행하며 당시 거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옆에는 대구 독립만세운동과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국채보상운동 코너에는 광무11년(1907년) 2월 27일 발행된 대한매일신보 원본이 있다. 국채보상기성회 취지서가 실려 있다.

 ‘근대화의 산실’에는 중구 인교동의 삼성상회에서 시작한 삼성의 역사와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대구 계산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2층에서 열리는 대구근대사진전도 볼거리다. 사진수집가 정성길(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씨가 소장한 1900년대 초 서문시장과 관덕정 옹기골, 계산성당 일대 등 사진 100여 점이 옛 대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시는 대구근대역사관을 골목투어 코스에 넣어 관광객에 알리기로 했다. 대구시 윤진원 관광문화재과장은 “역사관의 개관으로 경상감영 등 주변 문화재를 돌아보는 근대역사관광 코스가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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