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애널리스트’ 호레이스 데디우(사진)는 개인적으로는 열렬한 ‘애플팬’이다. 애플 주식도 갖고 있지만 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애플에 주목한 것은 노키아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시장에 갓 나온 아이폰의 데이터를 살펴보다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는 달랐다. 대부분은 이제 시장점유율 2%를 넘긴 회사라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가 동지를 찾은 건 인터넷에서였다. 자신처럼 애플의 성장성에 주목한 블로거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시장을 전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애플 전문 블로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23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런 관심과 열정이 애플을 샅샅이 들여다보게 했다”며 그게 결국 정확한 예측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마추어가 프로를 앞설 수 있었던 힘이 뭐라고 보나.
“프로를 움직이는 건 돈이지만 우리(아마추어 애널리스트)는 열정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다르다. 돈을 버는 거냐, 열정이냐의 차이가 성과의 차이로 나타난다. 관심 없는 기업을 분석하다 보면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 있고, 정확한 정보보다 고객이 좋아하는 정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프로 애널리스트가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거꾸로 내가 증권사에 소속돼 있었다면 제대로 된 예측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추어가 강세장에서만 잘 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아무래도 아마추어가 해당 기업에 대한 열정이 강한 만큼 그럴 우려는 있다. 하지만 모든 아마추어가 ‘장밋빛 전망’만 하는 건 아니다. 나도 애플의 자료를 볼 때마다 혹 약세 신호가 없는지 살핀다. ”
- 잡스 없는 애플이 순항할 수 있을까.
“잡스가 만든 것 중 가장 위대한 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상품이 아니라 애플 그 자체다. 관건은 잡스가 복귀하지 못하더라도 뒤에 경영자들이 특유의 창조적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가다. 내가 보기에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는 그런 자질이 있다는 걸 충분히 입증했다. ”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