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달린다] 의류 재활용 ‘나눔환경’ 정성용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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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환경’의 정성용 사장이 헌옷 수집·분류·수출과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대석 기자]


“올해는 외부 도움 없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자립의 터전을 꼭 마련하겠습니다. ‘나눔과 상생을 실천하는 착한 자본이 이렇게 성공한다’는 모범을 만들겠습니다.”

 의류 재활용 업체인 ‘나눔환경’(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정성용(46) 사장의 포부다. 그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배 늘린 20억원으로 설정했다”며 “수익이 나면 일자리를 더 늘리고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나눔환경은 전북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이다.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건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고용 지원 등에 힘입어 2~3년 전부터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전북지역에만 50개가 넘는다. 하지만 연간 매출이 1억도 안 될 만큼 영세한 곳이 많다.

 나눔환경은 아파트 단지 등에서 헌옷을 모아 분류·포장한 뒤 싱가포르의 중개무역 회사로 수출한다. 이들 옷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보내진다. 국내 헌옷 시장은 1000억원 대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는 4000억~5000억원 규모다.

 정 사장이 나눔환경을 만든 것은 2008년 11월. 처음에는 국민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자활공동체로 시작했다. 1년가량 지난 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현재 직원은 28명. 다문화가정·저소득층 출신과 장애인·고령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일감이 없어 일년 중 절반 정도는 놀았죠. 자산도 별로 없어 은행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고… 여러 달 월급 한 푼 못 주기도 했는데, 참고 견뎌 준 직원들이 고마울 뿐이죠.”

 2009년에는 사업장 임대와 기계 구입을 하느라 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손익분기점에 올라섰다. 올해는 15억원 이상, 최대 20억원을 바라본다.

 그 목표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애로는 헌옷 물량 확보다. 헌옷은 전주지역의 경우 연간 3400t이 나온다. 재활용 업체가 전국적으로 150여 개나 될 정도로 많다. 반면 경기 침체 등으로 헌옷 배출량은 크게 줄었다. 헌옷 확보 경쟁이 심해, 가격이 수년 사이 배 이상 올랐다. 1㎏당 400~500원이다.

 나눔환경은 최근 강력한 원군을 얻었다. 전북도·교육청 등이 사회적 기업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LH공사 임대아파트의 헌옷을 독점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학교로부터도 헌옷을 기증받기로 했다.

 정 사장은 전북대 국문과 85학번의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졸업 후 회사원·보험중개인 등을 거쳐 40대 초반부터 사회 소외계층을 돕는 지역자활센터에서 일했다. 그는 홀로 성공하기보다 더불어 사는 길을 추구한다. 헌옷 재활용 사업도 수익을 더 남길 수 있지만, 수거 분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사업권을 따 내도 협력업체에 넘겨준다. ‘내 일자리 만들자고 남의 일자리 뺏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혼자라면 어려울 때 쉽게 지쳐 포기할 수 있지만, 함께 간다면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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