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률 1%냐 9%냐 … 퇴직연금 관리하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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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1일 대신증권 광명지점을 방문한 회사원 고창성(35·왼쪽)씨가 김용태 퇴직연금운영부 팀장에게 자신이 가입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상품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대신증권 제공]


반도체 수출 회사에 다니는 고창성(35)씨는 최근 자신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보고 실망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의 수익률이 5.51%였다. 연평균수익률로 환산하면 1.4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고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일 회사 근처에 있는 대신증권 영업점을 찾았다.

 그는 2007년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확정기여(DC)형에 가입하면서 당시까지의 퇴직금을 정산받고 DC형에 가입했다. DC형은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제도로 적립금 운영성과에 따라 퇴직 후 연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의욕적이었다.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하고 있던 터라 퇴직연금도 주식 편입 비중이 큰 상품으로 가입했다. 그러다 2008년 주가가 떨어지자 자금을 모두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겼다. 이후 주가가 다시 반등했지만 그는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증시는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고공행진을 펼쳤고 이번에는 비싸서 가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고씨의 퇴직연금은 계속 예금과 MMF에 묶여 있었다.

 고씨에게 DC형 퇴직연금은 어느덧 ‘계륵’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신경 쓰기엔 당장 현실로 돌아오는 이익이 없어 귀찮기만 하고, 신경을 안 쓰기엔 퇴직 후의 삶이 걱정된다. 고씨의 고민을 들은 대신증권의 김용태 퇴직연금운영부 팀장은 “지금이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5년 이상이 지나면 수익률의 차이에다 ‘복리의 마술’까지 더해져 퇴직 후 받는 돈이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유명 연구소의 한 직원의 예를 들었다. 이 가입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세 종류의 채권혼합형 상품에 4대 3대 3의 비율로 가입했다. 그 결과 1년 수익률이 9.2%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고씨의 수익률은 1.9%였다. 이런 결과의 차이가 해마다 누적되면 퇴직 후 수익률의 차이가 현저히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씨는 처음에는 공감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는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채권혼합형의 수익률이 높았던 것뿐”이라며 “금융 위기가 앞으로 또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차라리 예금성 상품으로 원금을 지키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팀장의 의견은 달랐다. “장기적으로 봐도 퇴직연금펀드가 더 실적이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7년 6월부터 현재까지의 코스피지수와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코스피가 18.9% 성장하는 동안 이 퇴직연금펀드는 52.8%의 수익률을 냈다. 김 팀장은 “채권혼합형 펀드에 가입하면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팀장은 고씨에게 “지금 MMF에 묶여 있는 자금을 한꺼번에 펀드로 이동하려 하지 말고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절반은 남기고 나머지는 펀드에 투자한 후 수익률을 보고 다시 나머지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란 얘기다. 단 예금은 해약 시 약정 수익률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기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투자 방법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김 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자신의 수익률을 확인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면담 후 고씨는 “재테크는 실천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타이밍만 기다리면서 투자를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씨 정도면 훌륭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강성모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자신이 DB형에 가입했는지 DC형에 가입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DC형에 가입한 사람조차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한 후 아예 존재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강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 상승률과 노후의 기대 수입을 감안해 10~15년 동안의 목표 수익률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걸음은 현재 수익률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퇴직연금 종합안내사이트(http://pension.fss.or.kr)를 방문하면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을 확인하고 다른 상품과 비교해 볼 수 있다.

김경진 기자

◆퇴직연금의 종류=확정급여(DB)형은 기존 퇴직금처럼 나중에 직장을 떠날 때 미리 정해 놓은 만큼을 받는 것이다. 확정기여(DC)형은 매달·분기·반기 혹은 매년 한 차례 적립금을 받아 개인이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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