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퓨전vs 서울 고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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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02면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2002년 시작된 종합 음식축제죠. 세계적 명성을 지닌 스페인 요리사들을 중심으로 각국의 유명 셰프들이 대거 참석해 요리 경연과 세미나 등을 벌이는 재미난 행사입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요리계의 트렌드가 이 행사에서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국의 트렌드세터들이 스페인 요리가 가장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타파스(Tapas) 바나 스페인 레스토랑이 세계적 유행이 된 것도, 마드리드 퓨전 덕분이라는 소리가 많습니다. 올해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이 행사를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음식담당 믹 랜더 기자가 22일자로 칼럼을 썼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서울관광마케팅(대표 구삼열) 주최로 열렸던 ‘서울 고메(Seoul Gourmet) 2010’에 참가했던 경험을 적었습니다. 2회를 맞았던 ‘서울 고메’ 행사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마드리드 퓨전’을 모델 삼아 만든 행사입니다. 세계적인 셰프를 초청해 이들이 한식 식자재로 요리하도록 했습니다.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한 것이죠.

그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네요. “…한국 음식은 십 년 전 스페인 음식이 가졌던 것과 유사한 위치에 놓여있다. 생선류, 조개류, 최적으로 마블된 한우 등 최상급 재료들이 풍부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정착된 불교의 영향으로 건강하면서 저렴한 채식주의 음식들이 발달해왔다…매콤하고 신속히 조리되고 서빙되는 한국 음식은 격식 없이 편안하고 캐주얼한 레스토랑의 성공모델에 적합해 보인다…쌀밥과 야채에 고기나 생선, 고추장 소스를 얹어내는 비빔밥이 언젠가 세계적인 인기 메뉴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당시 ‘서울 고메’에 참가했던 스페인의 셰프 페르난도 델 세로는 이런 소감을 남겼습니다. “한국식 오징어 순대를 만들어 보았다. 스페인에 돌아가 모두에게 소개할 것이다. 유럽인들은 이제 칼리말리보다 더 맛있는 오징어 요리를 알게 될 것이다.”
이번 ‘마드리드 퓨전’에서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한식’을 두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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