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분은 늘 자신을 낮췄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2호 04면

“주님 정혜엘리사벳(박완서 선생의 천주교 세례명)을 불쌍히 여기소서.”
22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실.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수녀들의 연도(煉禱) 소리가 가득했다. 고운 미소의 영정 오른편에는 수녀 13명이 앉아 연도를 바치고 성가를 불렀다. 왼쪽에는 가족들이 조문객을 맞았다. 오후 4시가 되자 검은색 개량 한복을 입은 반백의 노신사가 지팡이에 의지해 천천히 걸어왔다. 시인 김지하였다. 그는 “너무 빨리 가셨다 ”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문인들 발길 이어지는 빈소

별세 소식을 듣자마자 아침 일찍 빈소를 찾은 이해인 수녀는 “절더러 먼저 가지 말고 제 배웅 받으며 가고프시다더니 제가 잠시 서울 온 길에 가셨다 ”라며 슬퍼했다.

평소 박완서 선생과 모녀 같은 정을 나눠온 소설가 정이현씨는 “병원에 한사코 오지 말라고 하시는 바람에 결국 못 갔다. 찾아 뵙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박완서 선생을 천주교로 인도한 김자문 네레오 신부(대치2동 주임신부)는 “ 성당에 나오실 때도 항상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소설가 박범신, 장은수 민음사 대표 등 문화계 인사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또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이희호 여사, 정몽준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이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문화계에서는 구중서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박맹호 민음사 회장,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 학계에서 오연천 서울대 총장, 재계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조화를 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