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호화군단 SK에 없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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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14면

돈을 많이 쓰고도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은 스포츠팬의 단골 안줏감이 되곤 한다. 그 구단이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인기구단이라면 ‘씹히는’ 정도 역시 심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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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프로농구에 그런 팀이 있다. 2011년 벽두부터 연패에 빠진 SK다. SK는 서울이 홈이다. 또 스타 군단이다. 2007년 최우수선수(MVP)였던 주희정이 있고, 최고의 토종 슈터 방성윤도 뛴다. ‘아르헨티나 특급’으로 불리는 김민수(사진)도 있다. 지난 시즌 모비스 우승을 이끌었던 슈터 김효범도 영입했다. 2009년 최우수 외국인선수상을 받았던 테렌스 레더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스타 군단이란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시즌 전에는 우승 후보로도 꼽혔다.

그러나 성적은 하위권이다. SK는 2002~2003시즌 이후 지난 시즌까지 여덟 시즌 동안 단 한 차례 6강에 올랐다. 최근 경기력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에도 6강 플레이오프에 못 오를 확률이 높다. 방성윤과 김민수는 오랜 부상을 털고 이달 초 돌아왔지만 팀에 제대로 기여하지도 못한 채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복귀한 이후 김효범의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레더는 나 홀로 플레이를 하고 있고, 주희정은 속공이 장점인데 발이 느린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힘들어 한다.

SK가 호화 멤버를 보유하고도 여덟 시즌을 헤매는 동안 쫓겨난 감독만 세 명이다. 감독도 바꿔보고, 외국인 선수도 바꿔보고, 트레이드도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미스터리’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SK가 속이 쓰린 이유는 또 있다. ‘통신 라이벌’ KT와 입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KT는 이번 시즌 변변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KT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는 선수는 박상오다. 지난 시즌까지 식스맨으로 뛰었기 때문에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KT는 특급 센터가 없다는 약점 때문에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주전이 부상을 당한 건 SK와 비슷하다. KT 김도수는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송영진·표명일 등이 부상으로 자리를 잠시 비웠다. 하지만 KT는 부상 선수 때문에 공백이 생겨도 누군가가 그 구멍을 막아낸다. 부상 선수가 복귀하면 혹여 자기 자리가 없어질까 봐 이를 악물고 뛴다.

두 팀의 차이는 무엇일까. 2002~2003시즌 SK의 감독이었던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딱 한마디로 차이를 설명했다. 바로 ‘으쌰으쌰’다. KT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살아있는 눈빛으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SK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SK의 ‘저주’를 풀어낼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팬들은 스타의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팬들이 진짜 원하는 건 바로 최고 기량을 가진 스타들이 팀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으쌰으쌰’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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