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증상은 감기와 비슷, 대부분 7일 내 자연 치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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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18면

요즘 병원에는 고열을 동반한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많다. 신종 플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환자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7명으로 늘어났다고 언론이 보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2009년 4월 첫 보고된 이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 플루의 세계보건기구 공식명칭은 ‘대유행 H1N1/09 바이러스’다. 09는 2009년에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임을 의미한다. H1N1은 바이러스 표면 항원인 hemmaglutinin과 neuraminidase의 종류에 따른 아형 분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으로 나뉘는데 B형이나 C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아형 변이가 심하지 않아 하나의 아형밖에 없다. 그래서 아형을 표시하지 않는다. A형 인플루엔자만 아형을 표시하는데 H1, H2, H3와 N1, N2가 주로 사람에서 발생하는 A형 인플루엔자다.

1997년 이후로 매년 A형 인플루엔자 중 H1N1과 H3N2 아형, 그리고 B형 인플루엔자가 유전형을 조금씩 바꾸며 유행했다. 그러나 2009년에 유행한 인플루엔자는 계절마다 유행하던 H1N1 아형에서 일부 유전자가 돼지 인플루엔자의 유전자로 바뀐 것으로 보고되면서 ‘신종 인플루엔자’로 불렸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신종 플루의 사망률은 0.03%로 계절 독감의 사망률(0.1% 미만)에 비해 높지 않았다.

신종 플루의 증상은 계절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발열, 기침, 인후통, 콧물, 두통 및 근육통 등이다. 그러나 열이 없이 가벼운 감기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 계절 인플루엔자나 신종 인플루엔자 모두 일반 감기와 증상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인플루엔자의 경우 감기보다 고열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정도가 차이점이다. 신종 플루 대부분은 경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대표적인 것이 ‘타미플루’다)를 투약하지 않아도 7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타미플루 등의 인플루엔자 약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플루에 감염된 세포에서 플루 바이러스가 잘 나오지 못하게 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일부 연구자는 인플루엔자에 의한 폐렴 등의 합병증을 줄이고 사망률도 낮춘다고 보고했으나 대단위의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다만 계절 인플루엔자에 대한 타미플루의 임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할 때, 신종 인플루엔자에서도 그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처방을 권하고 있다.

신종 플루는 의사조차도 혼란스러울 정도다. 증상만으로는 감기와 신종 플루를 구별하기 어렵다. 또 신종 플루 확진을 위해서는 10여만원이 드는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고 결과도 1~2일 지나야 나타나는데 타미플루는 열이 나고 2일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를 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를 사용해도 인플루엔자 감염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정도 덜 아프게 할 뿐이고 일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합병증과 사망률을 줄일 것이라는 불확정적인 믿음으로 처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인플루엔자가 걱정돼 환자가 내원하면 중요한 결정은 환자에게 떠넘기게 된다. ‘인플루엔자 진단 검사가 10여만원 하는데 해보시겠습니까?’ ‘인플루엔자라 해도 대부분은 저절로 좋아지지만 그래도 타미플루를 복용하시겠습니까?’

듣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뭐 이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신종 플루 때문에 자신만만하던 의사도 모호한 ‘신종 의사’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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