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환란 2개월전 한국공략 구상

중앙일보

입력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이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기 2개월전 조지 소로스로부터 '다음 타깃은 한국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현직에서 물러나 요미우리신문과 분게이슌쥬지에 기고한 회고록에서 이같이 적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국제금융센터가 발표된 두 편의 사카키바라 글에서 주요한 대목을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사카키바라는 지난 97년 9월22일 홍콩에서 소로스를 만났을 때 ‘다음 타깃은 한국이다’고 잘라 말하길래 솔직히 놀랐다며 인도네시아에 대한 융자총액이 가장 많은 것이 한국계 은행들인데다 그것도 달러표시 단기융자라는 것이 이유였다고 적었다.

사카키바라는 아마 소로스도 다른 헤지펀드와 함께 이 무렵부터 한국공격에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사카키바라는 또 현재의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주도하의 자본주의에서 '사이버자본주의'로 이동하는데 따른 경련 현상이며 금융시장은 정보전쟁의 아수라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시장참가자들은 세계각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 또는 조작하면서 거대한 자금을 동원해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는데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이러한‘사이버 자본주의’의 흐름에 뒤쳐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금융의 연쇄도산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당국이 금융기관에 대해 극히 엄격한 지도와 제재를 가하는 한편 공적자금투입 등 구제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며 그런데 일본은 당국자신이 부정부패로 수사대상에 오르는가 하면 정치가, 경제평론가,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며 도산전 공적자금투입을 반대했다고 적고 만약 이 사람들 말을 들었더라면 일본 은행들은 지금쯤 모두 헤지펀드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센터는 사카키바라가 너무 반미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 듯한 내용으로 지나친 표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한국의 IMF행 2개월전에 벌써 소로스가 사카키바라에게 ‘한국을 타깃으로 삼고 환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한다면, 이런 사실이 당시 한국정부에 과연 전달됐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일본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궁금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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