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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 비공식 3:3 만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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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클린턴 국무장관, 도닐런 보좌관(왼쪽부터)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는 18일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19일 오전 6시)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후 주석을 맞이한 사람은 조셉 바이든(Joseph Biden) 미국 부통령 부부였다. 바이든 부통령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후 주석과 반갑게 악수한 뒤 후 주석에게 미국 측 인사들을 소개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짙은 색 코트와 회색 목도리를 착용한 후 주석은 바이든 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도열한 미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미군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차례로 연주한 뒤 환영행사가 끝나자 후 주석은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후 주석의 차량이 지나간 워싱턴 시내 중심부는 중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로 가득 찼다. 백악관 주변의 라파예트 광장을 비롯한 인근 도로와 백악관에서 미국 의회 의사당으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가에도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나부꼈다.

 하지만 백악관 주변에선 중국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중국민주당 당원을 자처하는 수백 명은 백악관 밖에서 현수막을 들고 중국 정부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후진타오를 꾸짖으라”고 요구했다. 티베트 시위대도 “티베트는 해방될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시위에 나섰다.

 이날 오후 6시30분. 후 주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초대한 ‘비공개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백악관 내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에서 열렸다. 이곳은 1800년대부터 미국 대통령 가족이 식사하는 공간이다. 양 정상의 사적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미국 측이 특별히 만찬 장소로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던 인도 총리와 멕시코 대통령도 초대되지 않았던 곳이다.

만찬엔 미국 측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선 후 주석 외 2명의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중국 측 인사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선 대미외교 책임자인 다이빙궈(戴秉國·대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양제츠(楊潔篪·양결지) 외교부장이 자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측은 “서로 간의 솔직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왕치산(王岐山·왕기산) 중국 부총리와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따로 만나 경제 분야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미국 측이 중국 위안화 절상과 무역불균형, 지적재산권 문제를 들고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도 국영라디오방송인 NPR에 출연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AP통신은 “19일 저녁 백악관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 존 베이너 미 연방하원 의장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베이너 의장은 백악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20일 후 주석이 미 의회를 찾는 점을 들어 참석을 거절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만찬에 참석하지 않는다. 중국 측에선 영화배우 청룽(成龍·성룡)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국빈 만찬의 메뉴, 만찬장 장식 등의 구체적 사안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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