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 회장, 회사 돈 424억 횡령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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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서부지검은 수백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리고 계열사 주식을 낮은 가격에 사들이는 등 그룹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로 이호진(49·사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태광산업의 제품 생산량을 조작하고 거래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424억여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다. 임직원들에게 허위로 급여를 지급하거나 작업복 대금 등을 돌려받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또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주) 주식과 그룹이 가지고 있는 골프연습장을 싼값에 사들여 그룹 측에 38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를 운영하면서 선호도가 높은 채널을 배정해 주는 대가로 한 그룹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취득해 약 25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홈쇼핑채널을 운영 중인 이 그룹은 기존 주주들을 배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이 회장이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태광산업의 매출을 조작해 39억여원의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내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은 차명계좌 7000여 개와 차명주식 등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13일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100일 가까이 수사를 벌여 왔다. 이달 초에는 이 회장을 세 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지난 12일에는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3) 태광산업 상무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회사 돈 8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성배(55) 티알엠·THM 대표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8억여원을 빼돌리려 한 혐의로 그룹 계열사 배모(51) 상무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배 상무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 등의 구속 여부는 21일 서부지법에서 열릴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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