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출하는 ‘무형자산’ 이런 것도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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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의 필리핀법인 직원들이 지난해말 마닐라 시내에서 그룹 스터디를 통해 ‘의료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익히고 있다. 한국법인인 한국MSD가 이 프로그램에 식스시그마 기법을 도입해 업무효율을 크게 끌어올리자 미국 본사가 이를 성공사례로 선정해 필리핀 법인으로 전파했다. [한국MSD 제공]


지난해 초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은 차세대 보험계약관리시스템 ‘래디언스’를 개발했다. 그동안 시스템이 변경되면 서버 운영체제 등 플랫폼까지 바꾸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래디언스의 경우 시스템이 바뀌더라도 플랫폼까지 바꿀 필요는 없어 시스템 적응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였다. 결국 이 시스템은 미국 본사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모든 법인의 표준으로 낙점됐다. 이 회사 김용태 부사장은 “미국 본사는 물론 일본·대만·아일랜드 등 다른 해외 법인에서도 시스템 교체시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며 “금융 선진국에 금융 정보기술(IT) 솔루션이 수출돼 국제 표준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무형자산들이 세계로 퍼지고 있다. 제품 수출과 같이 당장 수익은 못 내지만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금전이 오가지 않아 용역·서비스 수출 집계에서 빠지지만 한국의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경영전략을 전파하며 ‘메이드인 코리아’ 브랜드 이미지를 드높였다. 한국MSD가 2007년부터 쌓아올린 식스시그마 운영실적이 본사의 눈에 들어 그 방식이 필리핀MSD로 수출된 것이다. 식스시그마는 회사가 운영되는 전반적인 경영과정 가운데, 불필요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관련 팀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경영전략이다.

 한국MSD 유통영업부의 노임연 차장을 비롯한 식스시그마 관련 인력들이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전파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CME(Continuous Medical Education, 의료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질병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의사들을 초청해 의학 관련 최신 정보와 흐름을 전수하고 훈련시켜 준다. 의학전문 교육이다 보니 정보의 정확성과 객관성이 중요하고, 정부 정책이나 업계 규정에 맞춰 준비해야 할 서류와 절차가 복잡하다. 한국MSD는 식스시그마를 통해 100가지 넘는 서류작업을 8가지로 단순화하면서 업무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노 차장은 “필리핀에서는 CME를 사내 시스템과 연동해 현재 행사당 15∼20일 걸리는 준비기간을 7일 정도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서비스 모델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 현장에 적용된 성공사례로 롯데호텔이 꼽힌다. 이 호텔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첫 체인점을 열고 경영방침을 ‘러시아 최초, 러시아 최고급’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친절하고 섬세한 한국식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300여 명의 현지 직원들에게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철저하게 인사법·고객 응대·전화 예절·표정을 교육했다. 그 결과 모스크바 속 친절 명소로 자리 잡는 중이다.

 사회봉사 노하우도 무형자산으로 수출돼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한몫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운영하는 대학생 봉사단 ‘써니(Sunny)’ 모델을 중국에 적용해 중국 대학생 자원봉사단 ‘SK써니’(SK Sunny)를 발족한 것이다. 중국 광화기금과 함께 운영하는 중국 ‘SK 써니’는 한국의 써니 봉사 프로그램인 ‘하이 티처’를 도입해, 학기 중에는 베이징과 쓰촨 빈곤지역 소학교 학생들에게 영어·IT·미술·체육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방학 중에는 한국 ‘써니’에서 활동 중인 대학생과 연계해 봉사활동과 문화교류 활동을 펼치는 ‘글로벌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SK텔레콤 대학생자원봉사단체 써니는 ‘인재 양성을 통한 사회발전 기여’라는 SK의 사회공헌 자산을 계승·발전시켜 2003년부터 운영해왔다. 온라인 회원 수가 8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대학생봉사단으로 성장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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