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 … 청룡회관 떡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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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회관 사골 떡국 드셔보셨나요

청룡회관은 여름엔 막국수, 콩국수 등으로, 겨울엔 떡국과 곰탕으로 손님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사진=조영회 기자]

청룡회관 떡국은 하루 8시간 푹 우려낸 사골국물 맛이 일품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겉절이는 입맛을 더욱 돋운다.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시 성정동에 있는 청룡회관은 소문난 집입니다. 원래는 곰탕이 주 메뉴인데 곰탕보다 떡국을 찾는 손님이 더 많습니다. 가격도 비쌉니다. 떡국 한 그릇에 7000원. 곰탕 값이나 같습니다. 그래도 맛있다고 찾는 사람이 많으니 비싸다고 뭐라 할 것도 아닙니다.

 맛집을 소개하다 보면 “내 입맛에는 별로인데…” 하는 집들이 종종 있습니다. 입맛이 제 각각이니 기준을 정해놓기도 어렵습니다. 그저 찾는 손님이 많다면 맛집이라고 소개할 수밖에요. 하지만 청룡회관 떡국은 싫다고 할 사람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 소문난 떡국은 오랜 시간 우려 낸 사골 국물로 만들었지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했습니다. 함께 내온 겉절이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주인 맘에 드는 손님에게만 내온다는 총각김치는 말 그대로 둘이 먹다 하나가 어떻게 되셔도 모를 맛입니다. 사각사각 씹히는 시원한 맛 어디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청룡회관 안주인 김이교(47·여)씨는 어려서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음식점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하네요. 6년 전 우연히 선배가 하는 음식점에 들렀다가 덜커덕 인수한 곳이 지금의 청룡회관이랍니다.

 그에게 떡국의 인기비결을 물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특별한 건 없는데…, 하루 종일 우려낸 사골국물에 고명 넣고 만듭니다. 계란, 양지고기, 파 같은 고명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는다는 게 좀 다르다면 다른 건가요?” 비법이 있는데 안 가르쳐주는 건 아닌지 의심이 살짝 됐지만 더 묻지는 않았습니다.

만두, 닭볶음탕 등 다른 메뉴도 인기

김씨가 직접 속을 빚어 만든다는 만두 맛 역시 최고입니다. 처음에는 고기만두만 팔았는데 최근 김치만두도 선을 보였습니다. 지난밤에 술이 과했던 한 직장인은 김치만둣국을 먹으며 “이 집 만둣국은 해장에 도움이 된다”며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렸습니다.

 떡국에 만두를 넣어 내는 떡만둣국은 8000원이나 하는데도 곧잘 팔립니다. 이밖에 다른 메뉴를 소개하자면 닭볶음탕, 꼬리찜, 닭백숙, 황후백숙 등이 인기입니다. 이들 메뉴는 모두 예약을 해야 맛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엔 인터넷에 맛집을 소개하는 한 유명 블로거가 청룡회관을 찾아 도가니수육과 꼬리곰탕을 시켜 먹고 감탄해 여기저기 소문을 내주었다 합니다. 김씨는 평소 즐겨 만들어 먹던 음식을 팔지만 일부는 전국에 잘한다는 집을 찾아 다니며 배운 것들도 있습니다.

 부산에서 소문났다는 막국수집을 찾아가기도 했고 대전에서 유명하다는 칼국수 집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절대 식감’을 갖고 있는 김씨는 웬만한 음식은 한 번 맛보고 나면 돌아와 그대로 맛을 흉내 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는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맛의 비법을 알려달라고 떼를 써보기도 했답니다.

 대전에 있는 얼큰이 칼국수 집에서는 남들 한 달 걸리는 것을 일주일 만에 맛의 비법을 찾아 냈습니다. 맛의 비법을 전수한 스승조차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고 하네요. 만두를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처음 만든 만두를 조카에게 먹여봤더니 “맛없다”는 대답이 돌아 왔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만두 맛있게 한다는 집은 모조리 찾아 다니며 맛을 맛보고 다녔습니다. 이제는 조카도 청룡회관 만두를 가장 맛있다고 한다 하네요. “별 다른 비법이 없다”던 김씨의 음식 만드는 비법은 손님이 만족할만한 최상의 맛을 찾을 때가지 매달리는 근성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문의=041-575-3611

글=장찬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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