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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여성, 자립·상생의 둥지 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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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7일 하동군 하동읍 하동공설시장에서 열린 한구자리 채울 개관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박수로 개관을 축하하고 있다. [하동군 제공]


“서로 돕고 의지하면 한국을 배우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17년 전 경남 하동에 이주했지만 아직 우리 말이 서툰 편인 일본인 강구초미(50)씨는 요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결혼 이민여성의 자립형 공동체인 ‘한구자리 채울’(이하 채울)이 문을 연 때문이다. 그는 “채울에서 많은 사람 만나면서 한국문화와 요리 등을 배워 자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하동읍 하동공설시장 내에서 열린 채울 개관식에는 조유행 군수와 오귀남(59) 채울대표, 채울 회원인 결혼이민여성 8명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면적 52㎡인 채울에는 38명이 앉을 수 있는 홀과 주방 등을 갖췄다. 사회적 기업 전환을 목표로 이민여성이 운영하는 자립형 공동체가 설립되기는 드문 사례다.

 채울은 이민여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도우며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채워가자는 뜻. 행정안전부·하동군이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문을 열었다. 개장을 위해 경남도가 7600만원을 지원하고 회원 11명이 1000만원을 출자했다. 여기에는 일본인 2명, 베트남인 4명, 필리핀인 2명 등 이민여성 8명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채울은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우선 하동 특산물인 녹차와 전통차, 대나무통밥과 하동골동반(비빔밥) 등 음식을 판매한다. 채울이 찻집 겸 식당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장날 등에는 난장 가판대를 설치해 다문화 음식 등 먹을거리를 팔고 다문화 관련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봄에는 나물·매실·녹차, 여름에는 메밀면·소면, 가을에는 감·밤·고추, 겨울에는 된장·고추장 등 계절별 특산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통·번역을 해주거나 새로운 이주여성의 정착을 돕고 독거노인· 한 부모가정 등에 반찬·식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기로 했다.이런 사업계획에 대해 이민여성 노티안다오(33)는 “채울을 운영하며 서로 돕고 더 많은 한국사람을 만나면 한국생활이 즐거워 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채울은 수익금을 이민여성의 취업과 봉사활동에 쓸 계획이다. 오 대표는 “복지관 한글교실에서 공부해온 이민여성의 자립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울은 7월쯤 경남도에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신청, 올 연말 법인전환, 내년 7월 고용노동부에 사회적 기업 승인신청 등 절차를 거쳐 자립할 계획이다. 하동에는 280여명의 이민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사회적 기업=취약계층에 사회적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을 활동을 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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