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토크] strong한 이미지, 그게 불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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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BVLGARI)는 1884년 이탈리아 태생의 브랜드다. 올해로 127살이다. 창업자는 소타리오 불가리인데 은세공으로 시작했다. 원색의 칼러를 살린 불가리 고유의 주얼리 스타일이 완성된 건 1950~60년대다. 70년대엔 오리엔탈, 옵티컬 혹은 팝아트로 관심사를 넓히면서 퓨전을 추구하기도 했다. 1950~60년대 선보였던 스네이크(뱀) 컬렉션은 지금도 인기가 높다. 셀레브리티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9년에도 신상품을 내서 재미를 많이 봤다.

99년 처음 출시된 '비 제로 원'은 반지로 시작해 펜던트ㆍ귀걸이 등 여러 아이템으로 확대됐으며 불가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컬렉션으로 꼽힌다. 2010년 10월 불가리는 또 뉴스메이커가 됐다. 최상급 삼각 블루 다이아몬드(10.95캐럿) 반지가 뉴욕 크리스티에서 1,570만달러(약 177억원)에 낙찰돼 캐럿당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 반지는 1972년 한 유럽 수집가가 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로마에서 100만달러에 구입했던 것인데, 거의 40년 만에 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지금 불가리는 넥타이, 가방, 벨트와 같은 남녀 악세서리는 물론 향수•시계ㆍ호텔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호텔은 이탈리아 밀라노와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다. 시계에도 특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매시간 정각과 15분마다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그랑드 소네리'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회사 측은 소네리를 만들 수 있는 장인은 전 세계에 12명 뿐인데 그 중 3명이 불가리에 있다고 자랑한다.

불가리는 여전히 가족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은 2007년 10억9100만 유로(약 1조6500억원)가 기록이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뒤로는 매출이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이다. 현재 회장과 부회장은 창업자의 3대손인 파올로 불가리와 니콜라 불가리다. 그의 조카인 프란체스코 트라파니가 현직 CEO다. 회장과 부회장이 각각 회사 주식을 23% 갖고 있고, CEO인 트라파니의 지분율은 4.37%다. 그는 27세이던 1984년 CEO가 돼 2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 5월 칸영화제 개막을 앞둔 어느 날,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세상에 하나 뿐인 불가리 목걸이를 애타게 찾았다. 그 목걸이를 하고 칸의 레드카펫을 밟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목걸이는 다음달 한국에서 예정된 불가리 주얼리 특별전시회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불가리 코리아는 이 목걸이의 포장도 뜯지 못하고 바로 돌려보냈다. 불가리 매니어 중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빼놓을 수 없다. 남편 리처드 버튼은 그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종종 불가리를 선물하곤 했다. 그는 "나는 그녀에게 맥주를 소개했고, 그녀는 나에게 불가리를 소개했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불가리 CEO 트라파니가 2010년 말 한국에 왔다. 그는 1957년 로마에서 태어났으며 이탈리아어는 물론 영어ㆍ프랑스어도 잘한다. 나폴리대를 졸업한 뒤 뉴욕대에서 MBA를 마쳤다. 80년대 불가리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이끈 주인공이다. 불가리 스타일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걸 스트롱(strong)하다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브랜드와 스타일이 강렬해 경쟁 브랜드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불가리만의 정체성이 돋보인다는 말이다. 예컨대 남성 시계의 경우 캐릭터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한번 보면 기억에 박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가리는 특히 칼러가 강하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담대한 색깔을 수용한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미지는 불가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에서도 스트롱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의 이 설명은 바로 명품이 존재하고 먹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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