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모함의 아버지’ 류화칭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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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980년 미 항모 키티호크 함에 탄 류화칭.

중국에서 '해군의 아버지' 또는 '항공모함의 아버지'로 불려온 류화칭(劉華淸·유화청·95) 전 군사위원회 부주석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14일 별세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양자만보(揚子晩報)는 "중국 항모의 아버지가 (올해 7월로 예상되는) 중국 최초의 항모 진수식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이르면 7월 창군 기념일을 전후해 첫 항모를 진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류는 1970년 중국에서 처음으 로 항모 보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타당성 연구를 주도한 군인이다. 그는 특히 87년에는 한 행사에서 "중국이 항모를 만들지 않으면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며 항모 확보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1980년 5월 미국의 키티호크 항모에 탑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 항모의 규모와 위세, 현대화 작전 능력에 엄청난 인상을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 "여러 척의 항모를 건조하면 반드시 '류화칭'이란 이름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약진운동(1958~60년)과 문화대혁명(1966~76년)을 거치며 백지화될 뻔했던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지켜냈다. 때문에 중국 해군의 최대 전쟁 억지력으로 통하는 핵잠수함을 탄생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 71년 5월 최초의 핵잠수함을 진수했다.

 소련 유학파 출신인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군부 내 최측근 인물로 82∼88년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으로 장기간 재임했다. 그는 중국 해군의 방위전략을 연안방어에서 근해방어로 확장시킨 인물이다.

 이런 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덩은 그를 해군 출신 군인으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군사위 부주석(89∼97년)과 정치국 상무위원(92∼97년)의 고위직에 잇따라 발탁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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